북한에는 'ㄹ'로 끝나는 것 세 가지가 없다…'물, 불, 쌀'"땅, 지하자원, 관광지 개발하면 통일 비용 수십 배 이익 볼 것"“통일 비용으로 개인으로부터 걷는 돈은 소액일 것”
  • 지난 1월 13일, 선진화 홍보대사들이 통일연구원을 찾았다. 최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의 북한 관련 언론보도들은 북한내부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남북 간의 관계도 매우 불안정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위기감을 느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통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60년 간 분단되어있던 남북한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통일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대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정리해 서재진 통일연구원 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북한산자락에 위치한 연구원은 유난히도 바람이 차가웠지만, 따뜻이 맞아주신 서재진 원장 덕분에 분위기는 곧 훈훈해졌다. 

    북한에는 'ㄹ'로 끝나는 것 세 가지가 없다…'물, 불, 쌀'

    선진화 홍보대사(이하 <선>) 남북한 간의 경제 격차는 규모 면에서도 이미 37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반면 인구는 북한이 2400만 명, 남한이 4900만 명으로 두 배 가량입니다. 북한의 붕괴나 급변 사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남북한 간의 경제 격차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하 <서>)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남한과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가 37배입니다. 실감이 안날수도 있지만, 실제 숫자로 환산해보면 우리 국민들이 37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 주민들은 그것의 37분의 1인 1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는 의미이죠. 이 둘의 생활수준은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370만 원정도 월급이라도 우리나라에선 서민, 평균적인 생활수준에 해당하는데, 월급이 1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최저 생계수준도 되지 않는 것이죠. 남북한 생활수준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경제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단편적인 말로만은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 통계 숫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찍은 영상자료들을 보면 그 어려움을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이 추운 엄동설한에 이중창은커녕 모든 유리가 깨져 유리창도 없는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한에서는 매일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북한에서는 연료 보급이 잘 안 돼 샤워는커녕 기본적인 전기와 물 공급도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ㄹ’로 끝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물, 불, 쌀입니다. 깨끗하고 맑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수인성 전염병 등도 많고, 불이 없어서 밥을 지을 수도 없습니다. 그냥 쌀뿐만 아니라 입쌀이라고 부르는 옥수수조차 부족한 상황입니다. 제일 중요한 생활필수품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상이구요. 한국 사회에서 주로 식량을 벌어오는 사람은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실직되거나 직장에서 배급을 받지 못해 쌀이 없다면 그걸로 아버지의 역할은 끝이 나죠.

    집에서 밥을 하는 역할은 어머니가 하죠. 밥을 해야 하는데 쌀이 없고, 물이 없고 불이 없다면,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요. 가족과 함께 먹을 식사를 준비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정신적인 고통과 아픔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습니다. 북한 주부 80% 정도가 심장 신경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삶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바로 몸의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많은 일반 서민들이 이렇게 심장 신경증에 시달리는 모습 또한 북한 사회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한 부분입니다.

    '통일비용' 세금 늘일 필요 없다…통일 시 벌어들이는 이익 수십 배 달할 것

    <선> 최근 북한 급변사태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일세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일반 국민들, 특히 서민들의 반발이 심합니다. 아무래도 해외 연구기관들에서 ‘통일비용 1,000조 원 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이 보도되다보니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반면 통일세를 주장하는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필요한 비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통일연구원에서도 이러한 비용 문제를 연구 중인지 궁금합니다.

    <서> 통일세에 대해서는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죠. 이는 정부에서 통일 할 때 필요한 비용을 국민들에게 직접 조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들이 통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할 때가 왔다는, 제안의 의미입니다. 이전까지 대북 정책의 핵심 기조는 통일보다 남북 간의 대화, 평화적인 남북 관계 유지였습니다. 통일과 관련하여 아주 구체적인 정책들을 준비하지도 않았고, 통일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그런데 최근 북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 되자 남북관계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때가 왔다고 본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앞으로 국민들이 통일에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논의의 화두로서 통일세를 제안한 것입니다.

    통일을 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필요하죠. 그러나 그 비용을 반드시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세금 비율은 매우 작을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 전 지역이 새로운 자산이 됩니다.

    북한의 땅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국유지입니다. 북한지역은 저개발 되어있기 때문에 빈 땅이 많습니다. 남한에서 공장 부지로 사용하기 위해, 또는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해서 북한의 땅을 산다면 자연스럽게 돈이 모여 어마어마한 자금이 될 수 있겠죠. 북한 지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이 정말 많다는 뜻입니다. 국가 예산이 아니라 민간에서 나올 수 있는 자금도 많을 것입니다. 또한, 외국의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다면 대규모의 재원을 조달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아름다운 동해지역을 관광지로(동남아, 중, 일, 미국 등등 세계 곳곳의 외국인들이 통일 한국과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면 어마어마한 관광수입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북한의 평양시는 이 세상에서 유례없는 60년 장기 공산 독재 체제의 유산이자, 독재의 결과로 주체사상탑, 인민문화공장, 개선문 등등의 조형물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러한 평양시를 그대로 보존해 관광지로 만들면 관광수입도 엄청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국민들이 직접 세금을 내지 않아도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북한의 지하자원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광물자원만으로도 통일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입니다. 북한 전 지역을 공업지역으로 개발했을 경우, 남한 만큼의 GDP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80%를 가동하여 실업자를 줄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2300만 주민들의 수요 창출 효과도 클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청년 실업문제도 많은 부분 해소 될 수 있어요. 우리 경제규모도 2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통일 후 중국으로, 시베리아로 경제활동 무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처럼 통일이 되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도 클 것입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통일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 소극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이득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금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작은 비용에 너무 연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제일 먼저 가져야할 생각은 통일 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외교안보적, 역사적 이득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경제적 이득 외에도 외교안보적 이득도 엄청납니다. 남북 분단 상황으로 지속된 군사적 긴장, 북한의 도발이 우리에게 미치던 심리적 불안감, 긴장을 해소할 수 있고, 한국의 투자 매력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통일로 인해 지금 당장 세금을 내야한다 해도 그것이 가져 오는 이득은 20배, 40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선> 통일 비용은 시기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원하지만 자신이 비용을 지불하는 겻은 원하지 않습니다. 통일비용은 통일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상쇄되는 측면이 강한데, 현재의 사람들이 비용 지불은 꺼릴 수 있지 않을까요.

    <서> 통일비용으로 개인 가정에서 나가는 돈은 소액에 불과할 것입니다. 국가의 통일 기금이나, 우리의 경제역량을 바탕으로 차관을 도입할 수 있다면, 현재 세대가 희생하지 않고도 활용 가능한 자금이 많습니다. 국제 금융기구나, 다국적 기업이 투자할 경우에 당장 많은 외화가 유입되면서 취업기회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득이 더 많은데, 지금의 비용에만 연연하는 것은 너무나 소극적인 자세인거죠. 그리고 통일 이후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심리적 안정감, 만족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자녀세대는 훨씬 더 큰 경제적인 혜택과, 외교 안보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통일문제는 내 세대만 생각하지 않고 자녀 세대까지 넓게 생각해서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한 인권문제 실질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수단은 '통일'

    <선> 현재 남한으로 온 탈북자의 수가 2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해 잘 생활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향후 통일이 되면 정치, 이념,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충돌과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통일이 된다면 남한과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는 정책과 서로의 문화를 방송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 받아들인 후 왕래를 허용하는 2가지 정책이 있을 수 있는데 여기에 관해서 어떠한 정책을 준비 중인지 궁금합니다.

    <서> 만약에 통일이 된다면 남한사람들은 점진적인 개방을 원하는 반면, 북한 사람들은 즉시, 전면적인 개방을 원할 것입니다. 남한의 풍요, 경제적인 혜택을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은 남한 국민들의 선택이기도 하고 북한 주민들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를 결정해 추진하기 보다는 통일이 되었을 때 국민들의 합의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 통일 후 사회통합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소통 문제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60년이 넘도록 ‘주체적인 언어사용’이라는 핑계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남한 또한 외래어가 지나치게 유입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니 양쪽 간의 괴리가 통일 이후에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연구원에서 혹시 이런 언어 문제와 같은 부분도 다루시는지요? 또 통일 후 남한의 놀이문화나 유흥문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겨 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유흥문화(예를 들어 노래방 문화 또는 음주문화와 같은) 의 경우 워낙 자극적인 탓에 사회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이런 부분도 통일 이후의 통합 문제에서 중요하지 않을까요?

    <서> 그렇게 큰 문화충격이나 갈등은 없으리라 보는데요. 물론 남북한이 통일 되었을 때 문화를 전면적으로 개방하여 섞을 것인지 단계적으로 통합할 것인지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리고 노래방 문화는 북한 사람들도 좋아해요. 노래가 오히려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좋은 촉매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대중가요를 빨리 접하면 접할수록 남북한 문화 통합이 빨리 이루어 질 것입니다. 미리부터 이런 것을 걱정해서 통일을 지연시키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명분을 스스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노래방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문화가 확산되어있다는 것이고 이 문화가 세계화 되어 북한 지역까지 전달 될수록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 북한인권문제는 세계적 이슈입니다. 세계 지도자들조차도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크게 반발하는데요, 저희 생각에는 북한 주민들도 몰래 남한의 매체를 받아들이거나 대북 전단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말하는 인권을 인지하고 있으나 독재적인 무력정치 때문에 누구에게 호소하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을 제외하고도 인권 문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탈북자 등을 포함한 북한 주민들은 인권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도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 북한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든지 다 알고 있고, 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는 북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도 말로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강제력은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 인권문제가 대단히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통일입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고, 경제적인 풍요, 복지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은 단순히 우리 남한 사람들이 더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북한의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켜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은 개방시켜줄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통일이 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통일은 우리와 같은 민족, 동포인 북한 주민들과, 수없이 많은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총체적 해결책입니다.

    <선> 통일 문제 중에 군사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서로 분단된 상태에서는 자신의 상급자와 하급자에 대해 상명하복 관계가 뚜렷했는데 남북한이 하나가 되면 오랫동안 함께하던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하려하지, 남북 군사가 같이 있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 특수부대는 그 숫자만 2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오랜 세월 군복무를 하면서 김정일 체제에 대한 충성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들이 한국군과 같이 있게 된다면 그 안에서 충동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군 계급체계에 대한 통일문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동서독이 통일 되었을 때 동독 군대를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나요? 동독이 붕괴되었을 때 동독의 군대는 자기들이 전쟁이나 싸움을 해야 할 적을 상실했죠. 그래서 동독군은 상당부분 해체, 제대, 재편성되는 등 대단히 평화적인 방식으로 통합을 이루었습니다. 심각한 문제나 어떤 한 사람의 희생도 없었어요. 이런 미세한 것들은 우리 정부, 국방부에서 독일의 사례를 잘 참고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통일 이전, 적대적인 관계로 있을 때와는 상황이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통일의 주체는 '자칭 통일세력' 아니라 전 국민

    <선> 대북전단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내용물로 달러, 전단, 영상 테이프 등이 포함되어 있고 바람을 이용해서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전단이 김정일의 주석궁에 떨어져서 크게 동요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것만 본다면 북한 땅으로 전단은 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대북전단을 바람을 통해 보내는 것이 과연 북한 땅에 예상했던 지역에 제대로 떨어지는 지와 그 효과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서> 왜 다른 방법이 아닌 전단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전달해야 할 지역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풍선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겠죠. 전단이 북한 지역 내에 떨어지면 북한의 간부들이 가장 먼저 보고 또 바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돌려 봅니다. 북한 지역 내에만 떨어진다면 어디든지 간에 다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선> 대북 전단이 아래로부터의 의식 개선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북한 정부에서는 대북 전단을 뿌리는 것이 남한 정부가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에 제재를 요구하고 있는데 시정되지는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 광화문 광장에서 데모하는 국민들을 경찰이 일방적으로 체포할 수 없듯이,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북한에 전단을 보낼 때 정부차원에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행동에 대해서 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한 통제하기 어려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북한에서는 전단을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남한 정부차원에서 통일에 열의를 갖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선> 그렇다면 그들의 행위가 실제로 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서> 전단이 북한에 간다면 보내지 않는 것 보다는 북한의 간부들이나 인민들을 깨우치는데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는 항상 남한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단을 보낸다고 해서 그것이 북한을 더 자극하기 보다는 북한 주민과 간부를 깨우치는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선> 평화라는 용어의 정의 자체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평화통일을 외치는 사람들은 다 친북 좌파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평화 통일을 주도하는 세력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통일문제와 관련해서 정치적인 성향이 갈리는 세태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서> 전 국민이 평화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평화 통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남북 간의 통일을 하되 평화적인 방법이 아닌, 무력을 사용하는 통일은 안하는 것만 못합니다. 전쟁을 또 하게 된다면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도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비평화적인 방식으로는 통일할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차라리 분단 상태가 낫습니다. 반드시 통일은 평화통일이어야 하고, 분단을 지속하기 보다는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서독의 통일을 ‘평화혁명(peaceful revolution)'이라고 하는걸 알고 계시죠. 동서독이 통일을 선언했을 때 어떠한 희생도 없었고, 온전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독일 사람들이 했듯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통일이 현실적으로 한발 더 다가온 것 같았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통일에 대한 생각과 의문점들을 확실히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제는 남북 교류의 단계를 넘어서 현실적으로 통일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단계인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팀원들끼리 통일이 이루어지기 위해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좀 더 토의해본 사항을 정리하며 ‘차세대리더와의 대화 -통일연구원장 서재진 원장님 편’을 마친다.

    통일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우선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조한범 교수의 『대북정책의 대국민 확산 방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북정책과 통일에 대해서 정부와 국민들은 우선 일관된 통일관을 정립하고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적 합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통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속적인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한 주민들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큼 북한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휘락 교수의 논문 『북한 급변 사태와 통일에 대한 현실성 분석과 과제』를 살펴보면 통일의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선택하는 절차는 필연적으로 거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단계를 순조롭게 진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북한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합의된 문화 교류나 경제 교류 외에도 평화의 소리나 대북 전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또한 주변국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통일문제는 대내외적인 문제이다. 분단된 민족의 통일이라는 대내적인 측면이 있는 동시에 동북아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므로 대외적인 측면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변국들의 협조 없이는 통일의 어려움이 가중 될 것이라고 본다. 김강녕 교수도 『남북 통일의 과제와 전망』에서 ‘통일 한국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변국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국제법을 활용하는 방면이 있을 것이다. 강력한 제재 장치가 없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도 많으므로 현실적으로 크게 활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방면에서 준비하여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화 통일을 이루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남한 정부가 명분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북한의 지도층에서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 것이다. 남한 정부는 이를 위해 항상 북한 지도층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통일이 될 경우 그들이 가진 특권을 보장해줄 것을 약속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우려를 해소시켜 줄 필요가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지금은 북한 지도층과 접촉하는 것 자체에 많은 제약이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준비와 노력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창의적으로 접근할 경우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서재진 원장이 인터뷰 시작 전 꺼낸 첫 마디는 “이 자리가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대화 주제가 우리나라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동시에 북한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통일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항상 북한은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을 위해 인터뷰에 응해주신 서재진 원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인터뷰 진행: 선진화 홍보대사 김시원, 김혜진, 설지원, 이수정,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