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300여명 800여차례 소환검찰 내부에서도 회의적 "조심해야"
  •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수출ㆍ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KT빌딩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수출ㆍ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KT빌딩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 그룹을 향한 검찰의 사정 칼날이 계속 무뎌지고 있다. 장장 5개월 동안 한화 그룹을 이 잡듯이 뒤진 서울서부지검이 법원에 청구한 4차례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 자체가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서부지검이 한화 그룹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이제는 빼낸 칼날이 부러지기 전에 다시 칼집에 넣어야 할 때”라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검찰이 지난 20일 회사에 거액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재청구한 한화그룹 전 재무총책임자(CFO)인 홍동옥(62)씨의 구속영장을 지난 24일 밤 기각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고,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각 이유다. 이와 함께 법원은 회사 부동산 매매를 통해 김승연 회장 일가의 이익을 챙겨주거나 국세청 세무조사 서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청구된 김관수(59) 전 한화국토개발㈜ 대표(현 한화이글스 대표) 등 그룹 전·현직 관계자 4명에 대한 영장도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 말 구속영장이 기각된 홍씨에 대해 한 달이 넘도록 보강 조사를 벌여 구속 영장을 발부받은 뒤 추가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혐의까지 입증하려던 검찰의 전략에 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따라 수사 초기만 해도 자신감을 보였던 검찰에게는 이번 사태가 막대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애초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가 기업수사의 단골메뉴로 꼽히는 횡령과 배임 쪽으로 급선회했음에도 법원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 그동안 검찰이 한화 그룹 본사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그룹 관계자 수백명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협력사 부정지원, 주식 헐값 취득 등에 대해 벌인 대규모 조사 결과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제계의 눈총도 한 몸에 받게 됐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장기 수사로 경영활동에 그늘이 드리워져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인수한 푸르덴셜 투자증권 및 자산운용과 한화증권 및 한화투신과 합병신청을 금융위원회가 보류했다거나, 예금보험공사가 대한생명 사명 통합 반대로 한화금융네트워크 구축이 지연된 일 등은 한화그룹이 주장하는 경영차질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서부지검은 애초 구정 연휴 전후로 김 회장 등 핵심 연루자의 신병처리를 모두 결정하고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일정의 지연도 감수한다며 범죄행위가 명백한 만큼 영장 3차 청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덕분에 검찰 내부에서도 서부지검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지경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총장이 조심스럽게 지시한 ‘신속히 환부만 도려내라’는 말이 괜한 말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자칫 ‘나올 때까지 파헤친다’는 식의 장기 수사는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부지검 관계자는 “2005년 한화그룹의 위장계열사인 제일특산과 관련된 배임 사건에서도 김연배 부회장이 피의자 홍씨와 같은 주장을 폈지만 결국 유죄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고 여전히 자신감을 표시했다.

    한편 검찰은 김 회장이 1천7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홍씨 등의 횡령ㆍ배임을 지시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해 말까지 세 차례 불러 조사했고 현재 사법처리 수위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