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VS 호남, “우리 분당할까?”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최근 광주지역 의원들이 ‘과학벨트의 충청권 배치’라는 당론에 반기를 들고 과학벨트 유치전에 뛰어들자 충청권 의원들이 “분당하자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남 지역 의원들까지 ‘광주 유치’를 거들고 나서 대립 양상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내 논란이 확산되자 손학규 대표는 지난 21일 광주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신뢰와 원칙의 문제”라면서 기존 당론을 재천명하고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강운태 광주시장이 전날 비공개로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손학규 대표의 당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고 알려지면서 당내 과학벨트 내전(內戰) 사태는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 과학벨트 입지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 혼선이 일고 있는 가운데 21일 광주를 방문한 손학규 대표와 강운태 시장이 겸연쩍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 과학벨트 입지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에서 혼선이 일고 있는 가운데 21일 광주를 방문한 손학규 대표와 강운태 시장이 겸연쩍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당론으로 못박은 것에 대해 ‘동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시장은 “충청권이 중요한 것에 못지않게 호남도 중요하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서 과학벨트가 충청권에 유치돼야 한다는 손 대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청권 유치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제안서를 공모키로 한만큼 상황은 달라졌고, 선의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특정 지역에 편향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흔히 광주와 민주당의 관계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로 비유하는데 부모는 늘 자식이 잘되기를 학수고대하지만, 자식도 부모를 기쁘게 해 드리고 효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광주와 전남 주민들은 지도부가 호남발전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주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특히 과학벨트의 호남권 유치에 대해 강 시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광주에 유치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광주는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산업화로 이어지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적인 견해이며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도 호남권에 유치되는 것이 순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당 지도부와 광주시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견만 확인한 채 결국 이날 협의회는 막을 내렸다.

    한편, 이밖에도 최근 전북에서 과학벨트를 새만금지구에 유치하기 위해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가운데 지역 의원들이 지원 사격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민주당내 파열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