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교육감, 체벌 논란 학교 기습 방문교육청 앞에선 '네! 네', 정작 학교 현실은 혼란 속
  •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경기도 수원시 S고등학교 한 교사가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17일 갑자기 학교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직후였다. S고등학교는 '떡매'라 불리는 회초리로 직접 체벌을 가하고 학생에게 체벌 동의 서약서까지 받는 등 '엄격한 고등학교'로 유명한 곳이다.

    S고등학교는 지난해 10월 심각한 체벌 문화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고 이후 학생인권조례가 선포되면서 소위 교육청 '집중관리대상'이 됐다. 김 교육감이 1월부터 방학 중인 고등학교를 굳이 방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얼마나 변했나'를 시찰하러 온 셈이다.

    간담회 분위기는 좋았다. 김 교육감의 차량이 학교로 들어오자 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사가 현관까지 나가서 맞았다. 미리 준비한 듯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간담회 내내 교사들은 '환골탈태'라는 단어를 연거푸 쓰며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 ▲ 17일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체벌문제로 논란을 겪은 수원 S고등학교를 찾아 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학교 측은 학생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참석한 학생회장(우측)의 짧은 헤어스타일이 눈에 띈다ⓒ경기교육청 제공
    ▲ 17일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체벌문제로 논란을 겪은 수원 S고등학교를 찾아 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학교 측은 학생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참석한 학생회장(우측)의 짧은 헤어스타일이 눈에 띈다ⓒ경기교육청 제공

    하지만 1시간 남짓한 간담회가 끝나고 교육감이 돌아가자 분위기는 일순간 변했다.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이 교사들 사이에 오고갔다. "나가서 소주나 한잔 하고 오자"는 누군가의 말에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삼삼오오 퇴근을 서둘렀다.

    무슨 일일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인터뷰에 응한 A교사는 "인권조례시행 이후 보충수업, 자기주도학습(야간자율학습)을 임의로 빠지는 학생들 때문에 업무가 2배 이상으로 늘고 있다"며 "학부모들도 왜 강제로 시키지 않느냐며 반발이 거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교사는 "학교 측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학교체벌 없애기의 제1타깃이 된 이후 모든 업무를 교육청의 눈치를 보면서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함께 답변한 B교사도 "말 그대로 강요다. 대다수 학교들이 인권조례를 잘 시행하는 것처럼 보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올지 모른다"며 "현실은 다른데 보고는 (그렇게)올라가니 교육감 눈에는 인권조례가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교육청 실무자들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교육감 방문에서 S고등학교가 "보충수업 및 특기적성교육 등 방과후 학교와 자기주도학습을 순수 희망자만으로 운영하여 학습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체벌금지에 대해서도 도내 2100개 학교에서 체벌금지에 대한 학칙개정안을 보고 받은 결과 2000개 이상의 학교가 직·간접 체벌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