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자회 및 당중앙군사위 권한강화...김일성 사당화
  • 북한이 지난해 9월 노동당 규약을 30년 만에 개정하면서 김정은으로의 안전한 후계세습을 위해 관련 규정을 손질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은 지난해 9월28일 44년 만에 개최한 당대표자회에서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개정한 노동당 규약 서문을 공개한 적이 있지만, 본문조항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우선 5년 주기로 돼 있던 당대회 개최규정을 삭제했다. 대신 당중앙위가 당대회를 소집하며 소집날짜는 여섯 달 전에 발표하도록 해 '필요시 개최'가 용이하도록 했다.

    이는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에 대비하는 한편 후계체제 진전 속도에 따라 언제라도 당대회를 개최, 후계세습을 완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됐다.

    임시 당대회 성격인 당대표자회에도 당최고기관 선거 및 당규약 개정 권한을 부여해 당대회 개최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당대표자회만으로도 후계자가 당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

    당 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현재 김정일 위원장이 맡은 총비서직을 김정은이 승계하는 것만으로도 당과 군의 전권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당 총비서는 당의 수반으로서 당을 대표하고 전당을 영도한다'며 총비서의 지위도 명기했다.

    특히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당 중앙군사위가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의 모든 군사사업을 조직 지도하고,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당 중앙군사위와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이중화했다.

    이로써 김정은이 최고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를 보다 쉽게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선군 통치를 명분으로 군사 이외 분야까지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선군정치에 따라 권한이 커진 군에 대해서도 '당의 영도하에 모든 정치활동을 진행한다', '각 부대에 파견된 정치위원들은 당의 대표로서 부대의 전반사업을 책임지며 장악.지도한다'라고 명시해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했다.

    후계세습 구축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군부의 반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둔 것이라는 평가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인민군 당위원회의 집행부서로서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고 규정해 인민군 총정치국을 사실상 중앙당 기구화했다.

    개정된 노동당규약은 또 서문에서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삭제하고 '조선노동당은 김일성의 당'이라고 규정해 노동당을 사당화했으며, '김정일은 당을 선군혁명승리를 위한 향도적 역량으로 강화발전시켰다'며 김 위원장을 우상화했다.

    당의 기본원칙을 '당 건설의 계승성 보장'이라고 밝힘으로써 전근대적 3대 세습을 당의 기본적인 임무로 인식했다.

    당면 목적으로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항 승리 이룩'을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개정, 경제 실패를 희석하려는 의도를 엿보였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 민주주의 혁명 과업 수행'을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수행'으로 수정했지만 대남 적화전략 수정이 아닌 '용어 교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개정된 노동당 규약은 일부 내용의 삭제, 수정, 추가에도 기존 '서문-10장-60조' 체제는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