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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과 연평포격으로 사회지도층과 그 자녀들의 군복무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오늘 내일의 얘기가 아니다. 고위공무원의 인사 청문회나 유명연예인, 스포츠 스타, 재벌 후세들의 험담에 꼭 등장하는 ‘군 면제’ 문제는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에게 울분을 심어주고 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회오리가 되기도 한다.
꽃다운 젊은 시절 몇 년을 ‘무의미한 군생활’로 허송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돈과 권력이 있어 군대도 안 가고 사회지도층이나 가진 자가 되어 잘 살고 있으니 한마디로 “공정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요, 울분을 토할 만큼의 ‘꺼리’가 됨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당하신 울분에 숨은 우리들의 의식구조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는 비정상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런 분위기 역시 포퓰리즘적 사고에서 출발한 비이성적인 사고임이 분명하다. 생각건대 이 현상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극심했던 지난 10여 년 동안에 더욱 심화되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동안의 정부에서는 소외 계층의 복지를 중시해야 했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를 대립되는 방향으로 몰아가서 자신들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현상은 해방 이후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특혜를 누렸던 ‘가진 자’들이 ‘노블리스오블리두’를 실천하지 못했기에 생긴 지탄(指彈)의 결과다. 하지만 모든 ‘가진 자’들이 다 지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집단이든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있게 마련이어서 그들의 행위만을 보고 냇물 전체가 흐리다고 얘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몇 안 되는 미꾸라지들이 흙탕물을 일으키더라도 다수의 ‘가진 자’들은 양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길러야 한다.
근래 일부 정치인들이 당연히 필해야 할 군복무를 대단한 훈장처럼 생각하고 “지도층 자제들의 전방근무를 추진하겠다”든지 “지도층 아들들은 모두 전방근무를 시켜야 한다”고 공언하는 것을 보고 그들 또한 포퓰리즘에 자신을 맡기는 한심한 분들이란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왜 솔선수범하여 군대에 가는 지도층, 부유층 자제들이 모두 전방에 가야 하는가?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들만이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이 또한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룰이 아닌가?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돈 없는 사람이 차별을 받으니 돈 있는 자도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단지 못된 핑계로, 또는 비열한 수단과 방법으로 자기 자식 또는 자신을 위해서 입대를 회피하는 이기적 인간들과 그들과 모리(謀利)하는 탐욕의 노예들을 철저히 징치할 뿐이지 군복부를 충실히 이행하는 선량한 지도층의 자녀들까지 싸잡아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사회지도층이라는 지위 하나로 그들을 매도할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
‘가진 자’건 사회지도층이건 간에 스스로 열심히 일해서 정당하게 그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을 존경할 줄 아는 사회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들이 그 지위를 얻기 위해 흘린 땀과 고난의 시간들을 인정해야 한다. ‘노블리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자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는 성숙한 국민 앞에 더 많은 노블리스들이 그들의 선량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매일 싸잡아 그들을 꾸짖기만 한다면 그들이 대중 앞에 설 수가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 된다. 칭찬 앞에서 고래도 춤을 춘다.
김정수 (사)자유교육연합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