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태 이후 국방부가 추진한 한미연합해상훈련이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동해상에서 실시된다. 일부 언론들은 이 훈련이 애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동해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중국의 압력에 한미 당국이 굴복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중국은 실제 연합해상훈련이 서해에서 열린다고 알려지자 격렬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이 훈련 계획이 알려진 것만으로도 ‘조선반도가 전쟁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처럼 한미연합해상훈련에 북한과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왜일까. 단지 미군 전력이 한반도 주변에 오는 것 때문에 그런 것일까.

    북한과 중국에 대한 비대칭 전력, F-22

    중국의 첩보망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엘리트들을 뽑아 첨단기술과 정교한 수단으로 첩보를 수집하는 서방국가들과는 달리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저인망식 첩보수집’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이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할 전력을 전혀 모른다는 건 오히려 거짓말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 또한 지난 15년 동안 좌파 세력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북한과 내통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 곳곳, 심지어는 안보기관 내에도 숨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첩보 중 하나는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전력이었을 것이고 그들의 망(網)을 고려하면 그 내용도 북한이 사전에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중국과 북한의 첩보망이 한미연합해상훈련에 F-22 랩터 전투기가 참가한다는 소식이 입수되었다면 지금까지 양 측이 보여준 격렬한 반발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F-22는 잘 알려진 대로 스텔스 전투기다.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는 건 아니지만 참새보다 작게 나타나기에 ‘레이더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전투기라고 부른다.

    전 세계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 1998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중국이 제공한 기술에 의해 미 공군의 F-117 전폭기가 격추되고 얼마 후 미군이 보스니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드러나게 됐다.

    그런데 F-22는 F-117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불릴 만큼 진일보한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전투기다. 재연소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초음속으로 순항할 수 있으며, 추력편향노즐을 장착해 기동성도 Su-27 전투기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전투기가 한반도에 나타나게 되면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는 북한과 중국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의 경우 2005년 6월 한국에 전개돼 있던 15대의 F-117 전폭기가 김정일이 수술 후 요양하고 있던 특각 위에서 폭격훈련을 했었을 당시 침입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호위총국 산하 고사포 부대는 대응할 엄두조차 못 냈던 기억이 남아 있어 거의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지키는 전단

    이번 한미연합해상훈련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다. 미국의 주력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 급의 6번함으로 1992년 취역했다. 만재배수량 10만4천 톤, 길이 332.8미터, 폭 76.2미터의 초대형 전투함이다. 60여 대의 전투기를 포함 80대의 항공기를 싣고 다닌다. 승무원 수도 5천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항공모함이 부산항에 입항,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한다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항공모함의 숨은 힘은 바로 항모와 함께 전투단을 이루는 호위함들에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은 단독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2~4척의 이지스 순양함, 5~7척의 이지스 구축함과 2척의 LA급 핵추진 공격 잠수함과 함께 다닌다. 여기다 항공모함에 탑재한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60여 대의 F-18 호넷 전투기와 F/A-18 슈퍼호넷 전투기 등의 전력까지 고려하면, 하나의 항모 전투단이 담당하는 작전영역은 반경 1천 킬로미터를 훌쩍 넘는다.

    이런 항모 전투단의 작전영역을 한반도에 대입하면 북한은 물론 주변의 중국이나 일본도 이 전투단의 작전영역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다.

    나진함이라는, 1천500톤 급 프리킷이 최고의 전투함이라는, 해안경비대 수준의 북한이나 아직도 대부분의 전투함이 소형인데다 대공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항모 전투단의 출현은 대단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언론이 언급하지 않은 막강 전력,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의 전력만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한다면, 중국이 저리 난리를 피우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일단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들이 상세히 다루지 않은 전력의 위협은 무시무시했다. 바로 세계 최대급 핵추진 항공모함 중 하나인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이다.

    ‘오하이오’급 핵 잠수함은 길이 170.7미터, 수중 배수량 1만8천750톤의 초대형 잠수함이다. 길이 170미터, 수중 배수량이 3만3천 톤을 넘는 러시아의 ‘타이푼’급 잠수함보다는 작지만 ‘미국만이 운영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 대형 잠수함이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18척이 건조된 이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1번함부터 4번함까지는 함대지 순항미사일 154기를, 5번함부터 18번함까지는 D-5 트라이던트 핵탄도탄 24기를 탑재하고 있다. D-5 트라이던트 미사일은 각각 3~10개의 1메가톤급 핵탄두를 싣고 있으며, 핵탄두는 개별목표를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오하이오급 잠수함이 최근 중국 주변지역 세 곳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지난 7월 4일, 홍콩의 영자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도양의 미군 기지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플로리다 호, 필리핀의 수빅 만에 오하이오 호, 우리나라의 부산에 미시건 호가 지난 6월 28일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런 일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 세 척의 핵잠수함이 발사할 수 있는 함대지 순항미사일의 수는 모두 462기. 미사일들이 신형 토마호크라는 점을 고려하면, 타격 가능한 범위는 중국의 산업지대 전역과 북한 전역이 된다.

    미 해군이 이처럼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였음에도 중국 당국은 미국을 향해서는 단 한 마디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천안함 사태의 피해자인 한국 정부를 향해서만 ‘한반도 주변에서의 연합 훈련은 안 된다’며 난리를 피우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또한 이런 잠수함의 동시출현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주변에 전개된 또는 전개될 미군의 전력은 北-中 양국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만큼 위협이 된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