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민간인 사찰'을 받은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56) 전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공기관이나 공직자들의 비리나 부정·부패를 감찰하는 기관이 민간인을 임의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총리실 소속 조직의 직권남용이자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반면, 현직 대통령을 유린하고 왜곡·날조된 거짓정보를 흘리는 등 반국가적인 행위를 한 김씨에 대한 조사는 일종의 긴급행위로서 타당한 조치였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민주당 신건, 이성남 의원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김씨를 내사하는 한편,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김씨 회사의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본래의 지휘 계통을 뛰어 넘어 청와대 비선조직처럼 운용되면서 민간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탈법적 수사를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초중고교를 마친 인사라고 밝히며 이 지원관과 현 정권과의 '연결고리'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후 MBC 'PD수첩'이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 편을 방송하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재생산되며 정치·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김씨가 올린 동영상에 대체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었길래 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하여금 민간인 사찰까지 강행토록 만들었을까? 

    ◇'쥐코 동영상', 대체 뭐길래… = 김씨가 게재한 동영상은 일명 '쥐코' 동영상이라 불리는 것으로 미국의 의료보험 체제를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라는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영상물이다. 

    미국 유학생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영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전과 30범이며 대운하 개발 예정지에 땅을 사뒀다는 식의 '악의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BBK 문제를 비롯,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의료민영화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그려 당시 네티즌 사이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문제의 동영상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표적이 됐고 2008년 9월 김씨가 대표로 재직중이던 KB한마음에 대해 주거래처인 국민은행이 '거래를 끊겠다'는 방침을 통보하자 김씨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일본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상한 점은 고작 동영상 하나를 블로그에 올린 김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에 대한 조사의 낌새가 있자 재산까지 정리, 일본으로 도피한 점이다. 아무리 반국가적인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이라하더라도 김씨 자신이 제작한 것도 아닌데다 출처도 불분명한 영상을 올린 혐의에 대해 내려질 수 있는 처벌 수위는 지극히 미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씨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감찰 움직임을 포착한 직후 KB한마음을 나와 쫓기듯 일본으로 몸을 숨겼다. 당시 김씨에게는 단순히 동영상을 올린것만이 아닌 뭔가 숨기고픈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가 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실제로 당시 총리실은 현 이광재 강원지사에게 김씨가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은 "2008년 총리실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돈 이후 강원 평창 출신 지인들로부터 'OOO도 이광재 강원지사와 관련돼 추궁당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김씨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김씨는 "당시 총리실 감찰의 타깃은 내가 아니라 이광재 강원지사를 잡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김씨의 발언은, 오히려 김씨가 지난 2008년 '도일' 당시 총리실에 책 잡힐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는 심증을 굳히게 만드는 단서가 되고 있다.

    ◇조전혁 "김종익, 과다계상 수법 '비자금조성' 의혹" = 이같은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김종익씨가 구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로 재직할 당시 전 정권실세들을 위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KB한마음의 거래업체 중 한 곳 사장이 'KB한마음이 협력·거래업체들과 매출액 조정, 비용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전 정권 실세들을 위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구체적인 제보와 증거자료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 의원이 공개한 세금계산서와 통장 사본 자료에 따르면 2008년 4월 3일 KB한마음이 해당 거래업체에 3300만원을 송금했고 4월 7일 거래업체 사장이 법인 통장에서 1305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내역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이를 두고 조 의원은 "KB한마음의 요구로 거래업체가 매출액을 3000만원으로 부풀려 청구한 것"이라면서 3일 뒤 거래업체 사장은 이 중에서 1300만원을 뽑아 당시 KB한마음 대표였던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평소 김씨가 전 정권 실세들과 친하게 지냈고, 이광재·안희정과 관련된 이야기도 자주 했다"는 제보자의 발언을 소개한 뒤 "김씨는 이후에도 같은 제안을 거래업체 사장에게 했었다"면서 KB한마음이 다른 거래업체와도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 한나라당 조전혁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발언하면서 함께 가져온 영포회 관련 유인물.
    ▲ 한나라당 조전혁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발언하면서 함께 가져온 영포회 관련 유인물.

    조 의원은 "김씨의 부인 심모씨가 남편의 은행 지점장 시절 거래업체 주식을 액면가의 4배에 달하는 3000만원에 샀다"는 사실도 밝힌 뒤 투자차익을 남기기 위해 부인 명의로 주식을 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조 의원은 "2005년 4월 KB한마음을 설립할 당시 100여명의 퇴직 지점장 중 한 명인 김씨에게만 KB한마음 전체 주식의 75%를 액면가로 넘겼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공개 매각을 했다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 전 정권 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부행장과 은행장이 가세, 김씨에게 엄청난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수혜를 입은 김씨가 KB한마음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 정권 실세들에게 전달해 왔을 것이라는 게 조 의원의 논리다.

    ◇이성남 의원도 국민은행 출신? = 김종익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1973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이후 진해지점장, 신용감리실장, 가계여신관리팀장, 영등포지점장 등을 거치며 평범한 은행원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2005년 3월 국민은행에서 명예퇴직한 이후 국민은행 하청업체인 'KB한마음' 대표로 영입됐다.

    KB한마음은 국민은행 퇴직자들이 출자해 만든 인력송출 전문업체다. 이 회사는 문서수발, 어음교화, 대출서류 정리 등 비전문적인 일을 국민은행으로부터 수탁받아 처리하는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국민은행 재직 시절부터 종종 참여정부 실세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김씨는 2006년 '노사모'에 가입하고 진보좌파성향의 학술단체 '역사문제연구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씨가 이미 은행원 시절인 90년대부터 역사문제연구소에 가입, 활동을 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역사문제연구소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씨가 상당히 오랫동안 연구소에서 활동하다 2008년 초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종익 사찰 사건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이성남 의원도 국민은행에서 감사를 지낸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국민은행 상근 감사로 영입 된 이 의원은 당시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이광재 인맥으로 분류될 정도로 정권 실세들과 연관이 깊었다. 2004년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발탁된 이 의원은 2008년 5월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 현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