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만 49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일영(金一榮) 성균관대 교수의 유작이다.
    이 시대 최고의 현대 한국정치사 전문가 중 한 명이었던 그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사실과 이론을 조화롭게 접목시켜 대한민국 정치사를 분석하고 또 재해석하는 일관성 있는 학술작업을 통해 학계의 발전에 공헌한 학자였다.

  • ▲ 건국과 부국 ⓒ 뉴데일리
    ▲ 건국과 부국 ⓒ 뉴데일리

    고인의 지단한 노력으로 생산된 업적들은 지난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그릇되게 억눌러왔던 수정주의적 사관의 파고를 잠재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 책은 현대한국사에 내포되어 있는 일반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학술연구가 보여주었던 오류들을 교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학자들은 좌나 우나 해방 후 현대한국의 특수한 경험과 일반적 현상을 선택적이고도 자의적으로 짜깁기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시키는데 교묘히 활용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 책은 그 같은 한계를 넘어서 세계사적 일반성은 씨줄로, 민족사적 특수성은 날줄로 삼은 정교한 분석틀을 마련하여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해석했다.
    지난 60여 년의 한국 현대사에서 이 책이 주로 살펴본 시기는 1945년 해방부터 1972년 유신체제가 성립할 때까지의 30여 년이다. 이 시기는 국가건설과 산업화, 즉 건국과 부국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수정주의자들 및 '386세대'와 다른 역사해석을 선보이는 저자는 미시적, 일국적, 도덕적인 시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좀 더 거시적이고 비교사적 시각에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고 있다.
    분단과정을 냉전의 세계사적 전개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어 농지개혁과 한국전쟁을 국가형성 및 국민형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자는 1950년대를 1960년대 이후의 발전과 역동성을 준비하는 맹아의 시기로 자리매김하며, 발전국가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시가에서 장면 정권의 단명과 박정희 정권 하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재조명한다.
    기파랑 펴냄, 492쪽, 1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