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심판론이다. 지방선거를 19일 앞두고 여야는 '심판론'으로 막판 구도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각자 셈법이 다르다. 여당은 '정권 심판론'을 견제하기 위해 '친노 때리기'에 나섰고, 야당은 '정권 심판론' 확산을 위해 '친노 끌어안기'를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구도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기지사 후보로 단일화 된 이후 더욱 빠르게 굳어져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광역단체장 선거구 16곳 가운데 9곳에서 친노후보가 나오는 점을 공격소재로 삼았다. 중앙선거대책위 서울위원장 홍준표 의원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소위 친노 좌파세력으로부터 탈피하려고 2년간 몸부림쳤지만 결국 민주당 후보는 없고 친노 좌파가 전면에 포진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할 스타급 인사가 없는 민주당이 친노인사들에 기대 지방선거를 치를 수 밖에 없는 무기력함을 꼬집은 것이다.
홍 의원은 "친노 세력이 정권을 담당할 때 개인적 야심을 달성하기 위해 여당을 분열시키는 등 한국사회 전체를 분열시켰다"며 "유시민 후보가 경지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이번 선거구도는 '보수개혁론 대 좌파부활론'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아 친노세력이 노이즈마케팅을 하려고 대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 ▲ 한나라당 정병국(가운데) 사무총장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당사무처 회의에서 선거지원 방안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위의사진),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왼쪽부터) 등 수도권 야권 단일후보들이 이날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선거승리를 위한 공동실천 결의문을 채택한 뒤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당시 실정을 거론해 역으로 '과거정권 심판'공세도 적극적으로 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이날 선대위 실무대책회의에서 "친노 집권 5년 동안 잠재성장률은 추락했고 도덕성을 외치던 친노가 뒷돈을 챙겨 기업은 쓰러졌다"며 "비리·무능으로 심판받았는데 반성없이 전면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패한 무능세력이 회복기에 들어선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도록 길을 열어서는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친노=실패한 과거정권 세력'으로 규정해 이미 심판받는 정권에 대한 거부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단 의도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신.구정권 대결 구도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시비거리다. 당 관계자는 "이미 심판을 받아 정권을 뺏긴 정당과의 싸움이 돼가는 형편"이라며 "친노는 지지자 만큼이나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산있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해 '친노까지 끌어 안겠다"는 적극적 의사표시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김민석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친노인사들에 대해 "이번 후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전면에 섰던 분들"이라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동시에 계파색 희석시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한광옥 공동위원장 역시 "김.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은 사실이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온 정당으로 친노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여기엔 '이명박 대 노무현' 프레임이 민주당에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친노 전면 포진'이 부각되면 자칫 여권 결집 등 반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탓에 친노의 득세를 두고 '노풍이 불 것' '찻잔 속의 미풍에 그칠 것' 등 각기 상반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이번 6.2지방선거는 여야가 '친노 이슈'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승패가 갈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