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마리라도 소중히 다뤄 현장 실수가 안 생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3일 뉴데일리가 찾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한강 3공구' 여주 남한강 공사현장. 가물막이 안에선 5~6명의 전문 인력과 현장 직원들이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오후 늦게까지 그물, 뜰채를 들고 조심스럽게 물고기를 건져 올려, 물막이 밖 본류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운반통에 3,4마리씩 옮기는 작업이 보통 정성이 담기는 일이 아닐 듯 보였다. 여러 마리를 한번에 담으면 물고기가 다칠 우려에서다.

  • ▲ 뜰채를 들고 조심스럽게 물고기를 건져 올려, 물막이 밖 본류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 김상엽 기자 
    ▲ 뜰채를 들고 조심스럽게 물고기를 건져 올려, 물막이 밖 본류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 김상엽 기자 

    이 공구는 22일 ‘한강 3공구 준설공사장 가물막이 안 물고기 폐사’ 내용으로 한겨레와 일부 인터넷매체에 보도된 곳이다. 보도 내용대로 1000여 마리가 폐사했다면 악취가 진동할텐데 ‘집단폐사’한 곳으로는 보이지는 않았다.
    주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말을 종합했다는 보도에 따르면 “준설공사가 진행되는 이포보 여주보 사이 20일께부터 물고기가 떠오르기 시작 1000마리가 떼죽음 당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구간은 대림산업이 5월말까지 가물막이 6개를 세우고 본류 물을 막은 뒤 물을 퍼내고 각각 모래 120만㎥를 파내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같은 기사에 “준설을 쉽게 하기 위해 물까지 퍼냄으로써 물고기들이 산소부족으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환경운동가들의 말을 전했다. 또 “흙탕물의 부유물질이 아가미에 달라붙은 것도 폐사의 원인”이라는 한 4대강 반대 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남한강 살리기팀 추정호 계장에 따르면 통상 공사는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준설공사가 진행될 위치의 강둑을 따라 길이 200미터 가량, 폭 7~8m정도 가물막이를 한다. 그리고 나서 양수기로 물막이 안의 물을 퍼낸다. 양수기를 통해 나오는 과정에서 물은 흙탕물이 될 수 있으므로 본류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하천 밖에 임시로 마련한 1km 길이의 침사지(인공 도랑)으로 보낸다. 인공도랑이 끝나는 지점에서 흙과 모래가 가라앉고 맑아진 물이 본류에 들어간다.

  • ▲ 건져낸 물고기를 풀어주는 모습 ⓒ 뉴데일리
    ▲ 건져낸 물고기를 풀어주는 모습 ⓒ 뉴데일리

    물고기 구조작업은 물이 거의 다 빠지고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가물막이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추정호 계장은 “준설공사는 물을 빼기 전 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빼내고 물고기를 구조한 뒤 시작하게 되므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흙탕물로 폐사했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죽은 40마리의 물고기는 가물막이 안에서 일어난 것이다. 국토부는 “양수기로 퍼내고 수위가 낮아진 바닥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모이는 과정에 울퉁불퉁한 곳에 걸려, 물이 모인 곳으로 미처 따라 내려가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가물막이 공사는 계속 흐르는강 전체를 가로막고 한번에 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일부분 준설공사가 끝난 뒤, 옆으로 이동하며 새 가물막이 공사를 하는 식으로 한다.
    200m길이의 가물막이가 6~7개씩 이어져 차례로 작업이 이뤄진다. 이번에 준설이 이뤄질 공사구간엔 200m길이의 가물막이가 6개 이어져 있고, 맨 앞 상류쪽 물빼기 작업이 완료, 2,3번째 가물막이엔 일부 물을 빼기 시작했고, 나머지 3개 가물막이는 아직 물이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공사에 앞서 3월부터 4월중순까지 이뤄진 건너편 가물막이 현장 준설 작업 때엔 물고기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앞서 공사구간에서처럼 적은 숫자의 구조인력을 투입했고, 갑자기 '많아진' 물고기 규모에 맞게 현장에서  구조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구조 속도가 늦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현장에 물고기가 갑자기 늘어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4~5월이 되면 산란기를 맞은 누치 등이 얕은 물로 모이는 성향이 있는데, 이번 가물막이 공사 직전 누치들이 몰려들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고기 구조작업은 보통 내수면 어업허가를 받은 주민들이 물고기 규모에 따라 2~3명에서 6~7명씩 투입된다. 추 계장은 “이번 직전 공사장의 물고기 개체수를 참고로 하여 충분한 구조요원을 투입하지 못해 일부가 죽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며 앞으로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상황파악을 먼저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일과 관련 “이미 각 지방청과 수자원공사 등에 물을 빼기 전 물고기 개체조사를 정확히 할 수 있게 전문가를 투입하도록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도 23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일부 물고기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흙탕물에 의한 대량 폐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상황은 일부 불가피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 개체수가 적은 게 불행 중 다행이라지만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 맞게 전문가들을 투입,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