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방송 ‘롤러코스트-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 열린북한방송의 ‘남북탐구생활’이 조용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 강의실의 북한 대학생들. ⓒ 자료사진
    ▲ 강의실의 북한 대학생들. ⓒ 자료사진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사회, 정치,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방송으로 매일 2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방송은 지난 2일 ‘남북탐구생활’ 1회, ‘북조선 물건 싸게 사기’편(PD 홍성일, 녹음, 김경희 김진희)을 첫 방송한 뒤 9일 2회 ‘맛있는 집 가기’편을 그리고 16일엔 ‘대학생 돈 벌기’편을 방송했다.
    ‘남북탐구생활’은 북한만의 얘기가 아니라 같은 주제로 남북한 양 쪽의 얘기를 모두 전해 재미와 함께 두 체제를 쉽게 비교해볼 수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대학생 돈 벌기’ 편은 개강을 맞는 여대생의 개강 준비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얘기 속에서 여대생은 오랜만에 만날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 교수에게 줄, 자신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비싼 술과 담배로 선물 보따리를 꾸린다. ‘공부 준비보다 더 필요한 것들이 바로 뇌물’이라며 “뇌물을 주기가 죽기보다 싫지만 화려한 대학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툴툴 댄다.

    북한에서 거지같은 대학생활이 될 지, 귀족 같은 대학생활이 될 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바로 장사. 대학생들의 장사는 이미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당연한 일로 되어 버렸고 특히 집이 멀리 있는 학생의 경우는 ‘필수 전공’이라고 방송은 전한다.
    무슨 장사를 할까?  금 장사? 쌀 장사? 결국 약 장사를 선택한 여대생은 약은 부피가 작지만 가격이 비싸서 눅은(적은) 값에 왕창 사서 비싼 값에 넘기면 엄청난 이익이라며 즐거워한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흥미로운 전달을 위해 패러디 형식을 취했지만 100% 북한의 현실을 그려낸 것”이라며 “방송을 하다보면 웃음이 나오는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고단한 삶에 눈시울이 아파오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북탐구생활 -‘북한 대학생 돈 벌기’ 편의 전문이다.
     
    <북한 대학생 돈 벌기>
     
    이제 열흘 뒤면 대학이 개학을 해요. 편안했던 집 생활은 물 건너갔고, 하기 싫은 공부를 하러 가야 해요. 하지만 공부 준비보다 더 필요한 것들이 있어요. 바로 뇌물이에요. 여자는 뇌물을 주기가 죽기보다 싫지만 화려한 대학생활을 보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준비를 해요. 이건 소대장, 이건 중대장, 이건 대대장, 이건 선생님, 등등 여자는 자신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비싼 술과 담배로 보따리를 꾸려요.

    뇌물이 준비 되었어요.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일을 해야 해요. 이 일을 성공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거지같은 대학생활이 될 것인지, 귀족 같은 대학생활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 나요. 바로 장사예요. 대학생들의 장사는 이미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당연한 일로 되어 버렸어요. 특히 집이 멀리 있는 학생의 경우 필수라고 볼 수 있어요.

    여자는 이 장사를 위해 방학 동안 엄청나게 머리를 굴렸어요. ‘금 장사를 할까. 아니야. 금장사는 위험한 일이야. 쌀장사를 할까? 아니야. 부피가 너무 커. 그럼 뭐 할까?’ 딩동댕. 찾았어요. 약 장사를 할 거예요. 약은 부피가 작아요.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가격이 비싸요. 그래서 눅은 값에 왕창 사서 비싼 값에 넘기면 엄청난 이익이에요. 여자는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자기 같은 천재가 또 있다면 지구는 멸망했을 것이라며 사고 싶은 화장품, 옷 등등을 생각해요. 이미 돈을 번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에요.

    여자는 종자돈 마련에 들어가요. 딸의 애교라면 끔뻑 죽는 아빠부터 공략을 해요. ‘아빠아아. 나 돈 좀.’ 역시나, 아빠라고 할 때부터 헤벌쭉 해진 아버지는 그냥 알았대요. 돈을 줄 거래요. 이제부터는 집안의 돈 관리를 하고 있는 어머니를 공략해야 해요. 설거지, 집안 청소, 어깨 주무르기, 등등 어머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어머니를 도울 수 있는 일을 다 해요. 그리고 저녁 시간에 기분이 좋게 만드는 마법의 약, 술을 드려요. 한잔, 두잔, 드디어 어머니가 알딸딸한 느낌에 기분이 무척 좋아 보여요.

    이때에요. 바로 이 때 이야기를 해야 해요. ‘엄마, 나 장사 하게 돈 좀 줘.’ 돈 얘기에 순식간에 엄마 얼굴이 굳어요. 얼굴 변하는 속도는 정말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느껴져요. 하지만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무조건 엄마를 뚫어야 해요. 여자는 애교를 부리며 아빠를 살짝 쳐다봐요. 지원해달라는 뜻이에요. 그때부터 아빠와 여자의 엄마 공략작전이 시작 되요. 약이 부피가 작아서 장사하기가 쉽다는 등, 믿을 만한 장사꾼을 아빠가 알고 있다는 등, 대학 생활을 위해서는 장사가 필수라는 등, 이제부터 엄마를 위해서 설거지는 꼭 할 거라는 등, 여자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마구 내뱉어요. 엄마는 미심쩍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서 돈을 준다는 표정으로 승낙을 해요.

    여자는 드디어 종자돈을 얻었어요. 이 돈으로 약을 사요. 감기약부터 결핵약, 장티프스약, 간염 약, 항생제 등 가장 필요한 약부터 귀한 약까지 한 배낭을 사요. 그리고 장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물건 시세들을 훑어봐요. 공부하는 중간에 뇌물을 바치고 장사를 한 번 더 할 생각이기 때문이에요. 학교가 있는 원산에서 눅지만 집이 있는 만포에서는 비싼 물건을 중심으로 알아봐요. 부피도 작고 가격도 잘 떨어지는 것들을 찾아봐요. 이렇게 장마당은 대학생들에게도 부자가 되게 할 수 있는 황금 장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