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극복을 위한 '단합'을 강조할 때 애용하는 비유법이 있다. 바로 '강도퇴치론'이다. 이 대통령은 9일 충북 청주 충북도청에서 열린 금년도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사실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 서로 살아남으려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서 "세계와의 전쟁이기 때문에 이기려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강도퇴치론을 꺼냈다.

    지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2006년 이후 네번째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 뒤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인해 이 대통령의 충청권 방문이 주목받았던 이날 '강도퇴치론'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국가백년대계에 입각, 세종시 발전 방안을 놓고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원안 고수'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일부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국가발전, 지역발전,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멈칫하거나 주저할 시간이 없다. 모두가 다함께 힘을 모으고 의견을 합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특정 정치인이나 세종시에 국한해서 한 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사태가 터진 당시 해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좌우이념 대립을 두고 이 대통령은 "형제가 싸우더라도 강도가 칼을 들고 뛰어들면 싸움을 멈추고 힘을 모은다"며 공조를 강조했었다. '전 서울시장' 자격이던 이 대통령은 "핵이라는 거대한 위기가 닥쳤는데도 국론이 분열되는 아주 슬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치열하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벌어지던 2007년 5월 경선룰을 놓고 경쟁 후보들 사이에서 과열 공방이 발생, '내분 위기'가 감돌자 이 대통령은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며 똑같은 비유를 썼다. 이 대통령은 "싸우는 데도 절도가 있다"며 "강도가 왔는데 보지도 않고 싸워 둘다 다친다면 안되는 집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행히 우리는 강도가 들어올 때 싸움을 중지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주력하던 이 대통령은 2008년 11월 중소기업 현장 대책회의에서 정치권의 합심을 강조하면서 "먼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런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쳤으면 한다"고 역설했다. 당시에도 '강도퇴치론'이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