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통심의위가 지난 22일 MBC시트콤인 ‘지붕뚫고 하이킥(MBC)’에 나오는 ‘빵꾸똥꾸’라는 말에 권고조치를 내렸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해리(진지희)라는 아이의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 "먹지마! 어디 거지 같은 게 내가 사온 케이크를 먹으려고"라는 대사에 대한 권고조치다.
    방통심의위는 “가족 시간대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어린이 시청자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 양식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되기도 한 ‘빵꾸똥꾸’란 말이 방송심의규정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당장 극중 해리와 똑같이 ‘빵꾸똥꾸’를 외치며 화풀이를 시작했다. 평소 ‘지붕킥’을 즐겨보는 시청자로서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반발도 있다.

    경향신문 계열인 ‘스포츠칸’ 24일자는 이 말이 “공교롭게도 사회풍자도구로 쓰이자마자 제제를 가한 것을 놓고 비난여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당이 방통심의위가 이명박 대통령 비위맞추기를 한다고 낸 성명에 대해 ‘정치권도’ 비판하고 나섰다고 확대해석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 대사가 사회풍자로 쓰였는지 알기 전부터 극중 아이가 생각 없이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한마디가 상당히 거슬렸다. 그 또래의 아이가 하는 말치고는 어감도 강하고 그 말을 하는 대상이 할아버지부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서슴지 않고 사용하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뿌려졌다.

    최근에는 극중 해리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방송비중이 커져 문제의 대사도 더 자주 나왔다. 가끔 조카들과 함께 방송을 보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의 대사뿐만 아니라 해리가 어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니 마치 성인물을 함께 본 것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빵꾸똥꾸’를 대체할 착한 대사가 없을까 혼자 고민해보기도 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15세 관람가’ 표시가 있지만 지상파방송인데다 가족시청이 가장 많은 시간대임을 감안해야한다.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재미있다고 그냥 웃어 넘기기엔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편치 않은 구석이 있다. 유행어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이미 유행이 된 말에 시청자사과나 주의조치를 취하는 것도 너무 과도하다. ‘권고’는 방통심의위가 할 수 있는 가장 약한 조치다. 프로그램제작진들의 이행의무도 없다. 그래서 방통심의위는 권고조치는 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일부에서 마치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가 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