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재보선 상황실. 정몽준 대표를 비롯, 주요당작자와 사무처 직원 50여명이 모였다.

    방송사 개표 현황 보도를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최대 승부처인 경기 수원장안을 내줬고 텃밭인 경남 양산에선 '노무현 바람'에 식은땀을 흘렸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이들이 지켜보던 화면에 민주당 선거상황실 분위기가 나왔다.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와 당직자가 양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었다.

  • ▲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당사 개표 상황실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손을 함께 잡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당사 개표 상황실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이 손을 함께 잡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양당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이때 주변에서 "좋아할 순 있어도 환호할 만한 결과는 아닌 것 같은데…"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언론사 기자의 혼잣말이었다. 이 기자는 "민주당 상황은 더 복잡하게 된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이겼다고 본다. 양산 결과를 두고는 "혁명적"이란 표현까지 쓰며 환호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던 기자의 혼잣말 처럼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기뻐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표면적으론 3대2. 민주당의 승리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2곳과 충청을 모두 이기며 중원을 차지한 것은 의미가 있다. 선거 뒤 4대강, 세종시 등 이명박 정부 주요이슈에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선거결과에 대한 자신감에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정 대표는 불안했던 입지를 굳혔고 일각에선 '차기 대권'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국 주도권도 뺏기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 얻은 수확은 적지않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 결과와 달리 이번 선거로 정 대표가 한계를 노출했고 향후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 이익이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게 당 일각의 우려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은 공천과정부터 순탄치 못했다. 애초 정 대표 계획은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하는 바람에 헝클어져 선거 막판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미숙함을 노출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반한나라당 전선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던 경기 안산 후보단일화는 무산돼 민주당도 이 지역 선거에 막판 가슴을 졸였다. 안산 단일화 실패 뒤 이미경 사무총장은 "야권 단일화는 이번 선거승리라는 것 외에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진영 단합을 통해 이명박 정부 독주를 막는다는 명분도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최대 격전지인 수원은 손 전 대표에게, 양산은 당 밖에 있는 친노그룹이 사실상 진두지휘를 해 얻은 결과라 정 대표가 두 지역에 명함을 내밀기란 쉽지않다. 당내에선 "한나라당이 똥볼을 찼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시 수정이란 불필요한 이슈를 선거 직전 띄워 손실을 봤고 반대로 민주당은 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눈앞의 이득만을 본 단기적 선거전략이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안산과 양산 공천을 두고 이런 지적이 나온다. 안산 공천을 받은 김영환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고 지난 총선 때도 무소속으로 나와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인물이라 민주당이 김 후보를 공천하자 친노진영에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산은 친노 송인배 후보를 내세우자 당내에서도 "(공천) 기준이 뭐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진보진영 쪽에선 (민주당이) 제대로 정신도 못 차리고 있는데 저런 식으로 (공천을) 단기적으로 하는 것을 두고 '뽕맞았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좋은 세력이 집권하기를 바랄 뿐 민주당에 관심은 없다"며 "진보진영이 생산성있는 아젠다를 제시하고 프레임을 만들지 못하면 단기적 승리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결과로) 세력다툼이 있을 법 하지만 당이 (표면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민주당이 가진 정치적 지분이 워낙 작고 이를 둘러싼 세력간 경쟁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친노의 세싸움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겠나. 박근혜가 워낙 커 싸울 엄두조차 내기 힘든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