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여러 군데서 듣고 물어 보고 대답 듣고 설왕설래 한 것을 종합해서 요약해 본다. 주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 관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3%까지 치솟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이야기는 대중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파 오피니언 리더들을 접하고 수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파 오피니언 리더들이란 대학교수, 문필가, NGO 활동가, 예비역 군 장성, 목사, 원로인사 등이고, 대답을 준 인사는 권력 실세 측근, 지방자치체 수장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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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오피니언 리더들은 대체로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MB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 “MB는 자기를 지지해 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MB 정부와는 완전히 끊고 살기로 했다(이것은 직접 들은 분을 통해 전해들은 말이다).” “MB가 경제주의 일변도로만 나가고 안보 이슈(한미 연합사 해체의 위험성 등)에는 관심이 없다.” “좌파 10년의 대못을 뽑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MB가 좌파만 무서워하고 우파는 알기를 우습게 안다” “현대사 관련 등 국가 정체성을 다루는 정부위원회를 예로 들 때, 누군가가 그것을 매사 교묘하게 (중도좌쪽으로) 물 타기 하는 식이다. ” “용인(用人)과 인사(人事)가 문제다(투찰한 소신이 없는 사람들을 갖다 쓴다는 뜻 ?)...” “우파 인사를 요직에 내정했다가도 좌파가 아우성치면 어마 뜨거라 취소하곤 한다.” “좌파 10년이 잘못 돼서 정권을 바꿔 주었으면, 그 잘못을 시정하는 것부터 해놓고 중도실용을 하더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불만에 대해 ‘측근’ 인사는 이런 취지로 말했다(9/14). “오늘의 시대상황은 전과 달리 단순명쾌하게 치고나가기가 매우 어렵게 돼 있다. (이해해 달라는 뜻?).”  

    이런 설왕설래를 접하면서 드는 심증은 이런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주관적으로는 자신감과 투지가 약하고, 객관적으로는 힘이 부족하다(원내 압도적 다수? 그건 산 사람들 아닌 헛것들이었다)-. ‘중도실용’이란 결국 이런 주객관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권 유지책이자 연명책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역시 좌파세에 대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좌파와는 정면으로 맞싸우기보다는 살살 달래고 비위 맞추고 도닥거리고 떡 하나 더 주는 방식을 쓰기로 한 것 같다.

    그래서 남의 눈에 띠게 '소신 우파'를 기용하거나 가까이 하는 것은 가급적 삼가고, 그 대신 남의 눈에 띠지 않게, 좀 적조했다 싶은, 그리고 한 동안 좀 서먹해졌다 싶은 몇몇 우파라고 분류된 사람들을 초치해 "이해해 달라”는 수준의 ‘예우(?)’만 하기로 한 것 같다. 

    이렇게 진단할 때 대한민국 진영은 3중의 전략을 구사해야 할 듯 싶다. (1)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파도 화낼 줄 알고, 우파가 화를 내면 이로울 게 없다는 실증을 보여 준다(재보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2)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너무 밀리면 대한민국 전체가 밀릴 수 있다는 점은 그것대로 충분히 유의한다. (3) 이명박 정부는 어차피 ‘절반의 성공’ ‘과도기적 징검다리’로 치고, 대한민국 진영은 이제부터 다시 차기 ‘본격 우파’ 정권 재창출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참, 가도 가도 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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