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은 끝났다. 그러나 ‘장례식 이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례식’을 정리하는 것이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장례식’은 우선 다수 국민을 흥분 시키지 못했다. 노무현 자살 때 같은 ‘쇼크‘도 없었다. 방송, 신문들만 난리를 쳤다. 그러나 그 난리에 휩쓸린 국민은 없었다.

    ‘장례식’은 ‘김대중 노선’의 종막을 고했다. “이승만 박정희 독재를 무너뜨렸듯이 국민은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지켜 줄 것이다”라고 한 그의 ‘민중 蜂起論’은 빗나갔다. 이명박 시대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본 그의 시국관도 메아리가 없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김정일의 核 공갈에 유화책으로 반응할 줄 알았던 그의 판단도 맞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미-북 접근으로 고립될 줄 알았던 그의 희망도 잘못 짚은 것이었다.

    ‘장례식’은 또한 이명박 대통령을 ‘단골 손님 없는 가게 주인’처럼 만들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國葬을 해 준 것은 그가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國葬을 거부했을 경우 김대중 진영의 원한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말할 것이다.

    김대중 진영은 당장엔 이명박 대통령의 그런 결정을 물론 “잘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노선을 수정할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김대중 진영과 좌파는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를 ‘우리 친구’로 봐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이명박은 이제 길들여 놓았다‘며 더 만만하게 볼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면에 보수 우파의 신뢰를 잃었다. 보수 우파는 이명박 대통령을 제치고 ‘이명박 이후’를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겐 진정한 지지층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단지, 이명박 정부가 잘못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까 보아 고만큼만 참아 주는 정도 아닐까.

    ‘장례식’은 김정일에게 전술 교대(강경에서 온건으로)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의 강경책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던 참에 거기서 적당히 체면 갖추고 탈출할 명분을 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이 내민 손을 덥석 잡아 주었다. 私設 루트를 통해 들어 온 손이었는데도.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이 결정을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하다. 안 잡자니 대화거부 소리를 들을 것이고, 그것을 일단 잡았으니 김정일 核 공갈에도 불구한 사실상의 ‘햇볕’ 재탕으로 가기 십상이고...이는 이명박 대통령에겐 딜레머이지 반드시 기회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당장 6.15 선언, 10.4 선언을 어떻게 할 작정인가?

    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되는가? 역사엔 필연성 따윈 없다. 매사 사람이 하기 나름이다.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 法治와 공권력 행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것마저 비실비실해 질 정도로 이명박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는  愚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대한민국 진영은 새로운 주인공을 찾고 만들어서 ‘이명박 이후’를 향한 또 한 번의 大長征을 시작해야 할 국면이다. 이명박 시대는 어차피 진정한 정권교체로 가기까지의 ‘折半의 성공’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