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한 부처에 근무하는 임인수씨(31, 가명)는 출근한 직후 컴퓨터 모티터에 뜬 메신저를 통해 형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인수야, 형인데 후배와 출장 중에 술에 취해 지갑을 잃어버렸어. 내가 후배 계좌번호 불러줄게, 거기로 200만원만 보내줘라. 부탁한다”

    임씨는 평소 형과 메신저로 자주 대화를 하는 사이여서 별다른 의심없이 곧바로 인터넷 뱅킹을 통해 형이 불러준 계좌로 200만원를 송금했다.

    하지만 임씨에게 돈을 받아 챙긴 사람은 형이 아니었다. 임씨는 입금 확인차 형에게 전화를 했지만 형은 출장을 가지 않았고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도 없었다. 그후 임씨는 형 메신저 프로그램에 등록된 지인들 중 3명이나 똑같은 방법으로 형을 사칭한 사람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임씨가 피해를 입은 사례는 전화 사기에서 진화된 신종범죄 ‘메신저 피싱’이라는 것으로 컴퓨터 메신저를 이용해 상대방을 속여 금품을 사취하는 수법이다. 메신저 피싱은 무작위로 전화해서 관공서를 사칭해 입금을 유도하는 전화 사기인 ‘보이스 피싱’과는 달리 메신저를 통해 친인척이나 잘 아는 친구를 가장해 접근하기 때문에 메신저 이용자가 사기 행각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네이트온 MSN 등 메신저 이용자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이버 피싱 범죄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말까지 메신저 피싱 피해 사이버신고 건수만 해도 1392건에 피해액이 16억4000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를 예방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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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뉴데일리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장관승 팀장(경위·사진)은 이런 메신저 피싱 사기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3개월간 연구한 끝에 마련해 경찰청을 통해 청와대의 국민생활공감정책 주요실천과제 중 하나로 올렸다.

    장 경위가 제안한 메신저 피싱 예방방법은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상대방 확인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 메신저 상대방이 돈을 요구하면 이용자 요청에 따라 상대방 ID의 소유자 휴대전화로 인증번호를 발송해 인증번호가 입력되면 ‘상대방이 확인됐다’는 안내 통보를 해주고 인증번호를 입력하지 못했을 때는 ‘상대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안내와 함께 ‘메신저 피싱에 주의하라’는 표시를 해 주는 것이다.

    장 경위는 지난 달 28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회 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에서 각 부처 장차관 및 전국 생활공감정책 주부 모니터단을 대상으로 사이버 피싱을 통한 금융사기 예방 방법을 설명했다.

    장 경위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는 메신저 피싱 피해신고 전화를 받고 나날히 진보되는 사기범죄에 답답함을 느꼈다"며 "어떻게 이러한 범죄를 막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3개월 가까히 연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휴대전화 인증제가 도입되면 이런 사이버 피싱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금년 11월까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조해 메신저 피싱 예방을 위한 휴대전화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적극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경위는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인터넷상의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