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영태 전의경사랑부모모임 회장 ⓒ 뉴데일리
    ▲ 김영태 전의경사랑부모모임 회장 ⓒ 뉴데일리

    시위 현장엔 늘 그들이 있다. 시위대 편도, 이를 막는 경찰 편도 아닌 자리에서 그들은 발 동동 구르며 한 순간도 시위에서 눈을 떼지 못 한다.

    몸을 보호할 아무런 장비도 없다. 때론 돌이 날아오기도 하고, 화염병이 바로 옆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지극한 모정(母情)이, 애끓는 부정(父情)이 그들에게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하게 한다.

    전의경사랑부모모임은 다음 카페(http://cafe.daum.net/police001)가 구심점이다.
    평택 대추리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06년 만들어진 전의경부모모임이 모태. 대추리 사건은 미 2 보병사단과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원으로 이전, 확장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주민 및 시민운동단체와 국방부 사이에 벌어진 분쟁으로 당시 과격시위로 많은 전의경들이 부상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의경 부모들이 만든 전의경부모모임이 전의경부모전국연합으로, 그리고 전의경사랑부모모임으로 갈라져 나왔다. 현재 카페 회원은 전국에 1000여 명. 그냥 회원에 가입만 한 허수(虛數) 회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들의 활동은 적극적이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물론 ‘자식 사랑’이다.

    전의경사랑부모모임은 지난 7~10일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과 잠실역에서 ‘평화시위정착을 위한 사진전’을 열었다. 과격폭력시위 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내걸고 자제와 인내를 당부했다.

    김영태 전의경사랑부모모임 회장은 사진전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저희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죠. 하지만 많은 행인들이 무서운 시위와 폭력을 보고 저희 뜻에 공감해주셨습니다.”  

    김 회장의 아들 역시 관악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한다. 계급은 상경(육군의 상병). 김 회장도 다른 부모들과 함께 빠짐없이 시위 현장을 찾는다. 지난 1일엔 폭력 자제를 당부했다가 시위대에게 포위돼 10여 분이나 무차별 난타를 당했다.

    “경찰 프락치라며 발길질을 하는데 어찌 피하지도 못 하겠더군요. 고스란히 당했는데 다행이 뼈는 부러지지 않았답니다.” 김 회장이 쓰게 웃었다.

    “시위대에 화염병이나 각목 사용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게 저희 일입니다. 절말 평화적인 집회가 안된다면 똑같은 젊음들 상하게 하지 말라고 부모 입장에서 당부를 하는 거죠.”

    하지만 시위현장은 그 호소에 귀 기울일 만큼 너그럽지 못하다는 것이 김 회장의 얘기다.

    “방패를 들고 서있는 아이들에게 말로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어요. 쇠파이프로 찌르고 얼굴에 침을 뱉으며 모욕을 주면 한창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왜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김 회장은 시위대가 일부러 과잉진압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을 매번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전의경이 거기 서있고 싶어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한다.

    “전경은 논산 훈련소에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차출되는 겁니다. 돌맞고 화염병에 그을리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김 회장은 이런 내용을 뻔히 아는 가톨릭 신부들까지 용산 참사 때 출동 나온 전의경들에게 험한 막말로 욕을 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단다.

    “전의경 중에 영세를 받은 가톨릭 신자도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신부님이 험한 욕설을 하는 것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언론 보도 역시 김 회장은 서운하다.

    “시위 보도엔 늘 강경진압, 폭력진압만 있고 왜 그렇게 됐는지는 보도를 안 해요. 전의경들의 인권은 무시돼도 좋고 시위대의 인권만 존중되어야 한다는 식은 정말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그는 MBC와 한바탕 치른 전쟁 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4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이 ‘고생하는 전의경들의 인권과 부모님들의 열악한 환경을 취재하겠다’며 저희 전의경 부모 7명을 인터뷰를 했어요. 그런데 20여 일이 지난 7월29일 촛불집회 진압에 반대하며 부대 복귀를 거부한 이길준 이경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 전경 어머니의 “내 아들이 군 복무하기 위해 갔지, 정권의 허수아비가 되기 위해 간 것은 아니잖아요‘라는 부분만 짜깁기해서 내보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 의도에 맞춰 입맛대로 편집을 한 것이죠.”

    김 회장과 회원들이 항의에도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MBC는 변호인단까지 구성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8월 8일에야 사과방송을 내보냈단다.

    “사과방송을 1분 15초 했어요. 변호인단은 나름대로 MBC가 성의를 보였다지만 공영방송이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지금도 이해가 안갑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아들이 전역을 하더라도 계속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파도 경찰이나 정부 편도 아닙니다. 누구의 잘못이든, 어떤 외침이든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폭력에 상하지 않는 날까지 노력할 겁니다.”

    김 회장은 주말 시위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대로 쉬어본 날이 드물다며 쓰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