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촛불재판 개입의혹'을 받아온 신영철 대법관에게 징계위원회 회부가 아닌 엄중경고 조치를 내림에 따라 거취결정에 대한 공이 신 대법관에게 넘어갔다.

    지난 4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판진행을 독촉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행동 등은 재판관여로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지만, 제도적장치 미비 등을 이유로 징계위 회부가 아닌 경고 또는 주의촉구를 하라고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이 대법원장은 일부 소장판사들의 반발기류에도 불구하고 윤리위가 권고한 수준에 맞춰 엄중경고 및 유감표명을 하는데서 그쳤다.

    이에 따라 신 대법관은 자진사퇴하지 않고 대법관직을 계속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대법관은 지난 3월9일 대법원진상조사단의 조사를 받다가 돌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조사중단을 요청, 자진사퇴설이 대법원 안팎에 급속도로 번졌었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조사에 응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달 16일 진상조사단이 "재판진행 및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유감표명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결론을 발표했음에도 지금까지 두 달 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법조 안팎에서는 신 대법관이 만약 자진사퇴할 생각이 있었다면 벌써 실행에 옮겼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공직자윤리위와 이 대법원장이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 사건이 신 대법관 혼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신 대법관이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

    아울러 `현직 대법관의 자진사퇴'라는 역사적 오명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나 스스로 물러나면 재판개입 정도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도 사퇴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징계위 회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에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했다고 보고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혼란을 봉합하는 차원에서 `용퇴 카드'를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리위의 결정에 불만을 느낀 법관들이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잇따라 비판의견을 내놓았고, 서울중앙지법이 14일 단독판사회의를 소집하기로 하는 등 신 대법관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날 대법원장이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에 반발의견이 더욱 집단화ㆍ세력화될 가능성도 있으며 시민단체 등 외부의 비판 또한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신 대법관은 본인의 입장을 표명할지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