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이 최근 발표한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통계 때문에 중국의 노동자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어마어마한' 평균임금 때문에 자괴감이 든다는 교사의 푸념부터 '노동자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통계 수치를 발표해 기를 죽이는 저의가 뭐냐'는 공장 노동자들의 화난 목소리와 통계 산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까지 통계치를 성토하는 글들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도배되고 있다.

    노동자들을 '열받게 한' 통계는 최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도시 노동자 평균 월급.

    통계국은 올 1분기 도시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7천399위안(138만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3.4%(875만위안)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위기로 가뜩이나 팍팍해진 살림에 힘겨워하고 있는 중국 노동자들로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통계치였던 것.

    임금이 삭감되거나 해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오히려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치기 이전보다 월급이 올랐다는 당국의 통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노동자는 아무도 없었다.

    반응은 즉각 나타났고 노동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인터넷을 달궜다.

    한 교사는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13년간 교직에 있었지만 기본급 792위안에 보충수업 등을 통한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합쳐도 3천위안에 훨씬 못미친다"며 "단오나 추석 때 나눠주는 알량한 선물꾸러미까지 월급에 포함시킨 것이냐"고 항변했다.

    그는 "내 월급이 도시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니 자괴감이 든다"며 "임금을 올려주려고 애쓰는 국가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통계국의 발표를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개인 기업에 다닌다는 한 노동자는 "내 월급은 1천위안이지만 잘나가는 국영기업 임직원들의 월급은 1만위안이 넘으니 평균내면 5천500위안은 되겠네"라며 "평균임금이라면 적어도 일반 도시 노동자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루 12시간씩 30일 꼬박 일해야 3천위안도 안된다"는 선양의 한 택시기사는 "어느 나라 얘기냐"고 믿기 어렵다는 듯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만은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인들조차 수긍하지 못하는 통계는 국가 신인도 하락만을 초래할 것"이라며 "통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통계국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국유기업과 외자투자기업, 홍콩과 마카오투자기업 등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로 중국 내 자영업자와 개인업체들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계국은 "자영업체는 워낙 광범위하고 수시로 새로 생기거나 부도로 사라지기 때문에 통계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며 "사기업 임금을 반영시키는 등 현실성 있는 통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한 네티즌은 "경제위기라며 아우성치는 판에 국영기업 등 잘나가는 곳은 월급이 올랐다는 얘기 아니냐"며 "빈부격차를 해소시키겠다는 당국의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