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인의 탄생 - 서양예술의 이해 ⓒ 뉴데일리
    ▲ 개인의 탄생 - 서양예술의 이해 ⓒ 뉴데일리

    이 책은 2002년 5월에 프랑스 철학 칼리지에서 열었던 학술회의의 연장선에 있는 책으로, ‘개인이 회화,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 작품 속에서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그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책을 쓴 츠베탕 토도로프, 베르나르 포크룰, 로베르 르그로는 현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이들의 들려주는 미학 이야기에 매료된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책이다.
    예술작품처럼 구체성 속에서 삶을 표현해 주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에 나타나는 ‘개인’이 탄생하는 궤적을 따라가는 것은 “서양에서 르네상스 시기가 도래하면서 신 중심주의가 인간 중심주의로 바뀐다”는 말의 숨어있는 의미를 깨닫게 한다. 동시에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는 서양예술의 커다란 흐름을 포괄적으로 조명할 수 있게 한다.
    토도로프에 의하면 서양미술에 있어서, 진정한 개인의 탄생은 15세기 플랑드르 회화에 이르러서이다.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변화하는’ 일정한 빛 속에 있는 일상적 풍경 속의 얼굴은 이제 그림이 기독교 교리의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실 속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재현하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얀 반 아이크는 디테일이 극단까지 추구된 초상화들을 그려 ‘개인-주체’인 화가 자신을 드러낸다. 토도로프는 이 같은 ‘개인의 재현’은 ‘개인의 찬미’이고, ‘파스칼의 기독교적인 철학은 아닐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인간과 삶에 대한 사랑을 바탕에 둔 사유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포크룰은 먼저 그레고리오 성가로 시작되어 폴리포니를 거쳐 몬테베르디에 이르는 음악의 변화과정을 당대의 사상적 배경 속에서 간략히 소개하면서, 몬테베르디에 이르러 ‘개인의 탄생’이 분명해졌음을 밝힌다. 몬테베르디의 업적은 한 마디로, 자신의 작품인 오페라와 마드리갈에서 현실 속 인간의 정열, 슬픔, 고뇌를 그대로 표현해냈다는 것이다. 즉, 그의 오페라에는 작곡가 개인의 비전이 투사되고, 연주자가 자기 자신의 내면을 거쳐 노래하고 연주하며, 듣는 사람도 자신을 투사하며 해석하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음악이 태어난 것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세속음악은 종교음악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바흐에까지 이른다.
    르그로는 봉건체제하에서의 세계와 인간에 관한 경험과 민주사회에서의 세계와 인간 경험을 대비시켜 근대적 의미의 ‘개인’이란 무엇인가 정의한다. 그는 전근대적 인간의 특수성이 근대적 인간의 개별성으로 변화함을 이해시키기 위해 현상학과 칸트를 원용하여 설명한다.
    이처럼 예술작품에서 개인의 탄생을 지켜보는 일은, 서구인의 의식과 사유의 전환과정을 쫓아가는 일이고,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의 이해에 깊이와 폭을 더하는 일이다.
    이 책의 원서는 2005년 프랑스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간행한 《La Naissance de l'individu dans l'art(예술에서의 개인의 탄생)》이다.

    기파랑 펴냄, 200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