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25 납북 ⓒ 뉴데일리
    ▲ 6.25 납북 ⓒ 뉴데일리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부모는 생업을 전폐하고 방방곡곡을 뒤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국가는 납치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무장 특공대를 파견하는 작전도 불사한다.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이스라엘인 105명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던 테러범들을 상대로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벌였던 ‘엔테베 작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가하면 미국은 북한에서 6.25전쟁 때에 죽은 군인들의 유해를 찾는 작업을 지금 도 계속하고 있다. 유해라도 찾아서 정중한 장례를 치른 후 국립묘지에 안장하여 영혼을 위로하는 일이,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을 향한 최소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6.25전쟁 중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 북으로 끌려간 그 많은 사람들의 생사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더러 그들의 명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납북자의 실태조사와 그 진상규명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인권 문제인 까닭이다.
    한국 언론사 연구에 전념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저자는 전쟁 중에 납북된 언론인 연구가 없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그 빈 공간을 채운다는 사명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공간에 활동했던 언론인 가운데 북으로 끌려간 언론인이 249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에 이 책은 한국 언론사의 한 분야를 개척한 특이한 저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독교인의 납북과 학살로 인한 희생에 관해서는 교계의 기존 연구가 있었지만, 전쟁 직후 이승만정부가 작성한 피해자 명부와 적십자사의 실향사민 등록 서류 등을 조사한 연구는 이 책이 처음이다.

    언론인, 목사, 신부와 같은 기독교 교직자 단 한 명이 인질로 잡혀도 국제적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53년 전 한반도에서 강제로 끌려간 8만 3천여 명의 인질에 대해서 국가는 무슨 일을 해주고 있는가. 납북된 사람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생사를 확인하는 작업과 그들을 구출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다. 전쟁의 와중에 우익과 국군, 경찰의 좌익에 대한 처단 여부, 양민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죽이는 과오가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정권차원의 조사와 진실규명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연구와 조사에 임하는 인력과 예산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국가예산의 뒷받침을 받는 이런 사업에 비해서 남한에서 북으로 끌려간 피랍치자 문제는 너무도 소홀하다. 저자는 정부가 할 일을 한 개인의 힘과 노력으로 외롭게 진행하여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6.25전쟁 때에 납북된 민간인 송환을 위해 정부와 적십자사, 그리고 납북자 가족들이 벌인 송환운동도 새롭게 구성했다. 전쟁포로의 송환에 못지않게 납북된 민간인들의 소식을 파악하여 가족과의 제한 없는 재회를 주선하고, 나아가서 자유의사에 따른 송환을 추진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사업이다.
    전투 중의 포로도 가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명국가의 국제적인 관행이건만 같은 민족끼리 연락을 차단한 상태로 반세기가 지났다. 20세기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우리는 분단 이후 남북 간에 직접적인 대화의 채널도 없었고, 북한을 압박할 효과적인 수단도 갖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흐를수록 피랍 가족들의 고통은 국민적 관심사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 책은 모두가 잊어가고 있는,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과거사에 대해 작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기파랑 펴냄, 312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