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정권 탄생의 진실 ⓒ 뉴데일리
    ▲ 북한정권 탄생의 진실 ⓒ 뉴데일리

    일본 호세이(法政) 대학 법학부 교수의 저술인 『북한정권 탄생의 진실』(원제: 아시아 냉전사)은 20세기를 풍미했던, 그리고 냉전 초기의 북한 상황, 그리고 지금도 한반도에 남아 있는 냉전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제공한다. 그동안의 냉전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서방의 수정주의 사관(史觀)에 기초를 둔 것이 많았던 반면, 이 책은 소련 공산당 정치국 사료(대통령궁 문서관 소장), 기밀 해제된 구소련 정부문서, 서방측 역사 주역들과의 인터뷰, 중국 측 인사의 증언 등을 통해 동서진영간 ‘사료(史料)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중국 북한 몽골 등의 역사 사료, 연구 등도 광범위하게 인용하고 있다.
    구소련 사료가 공개되기 전에는 유일한 참고자료일 수밖에 없었던 미국측 문헌을 기준삼아, 전통적 해석에서 수정사학에 이르는 다양한 견해가 소개되어왔다. 따라서 같은 자료임에도 시각차이만 있는 ‘해석 논쟁’을 벌여온 셈이다. 미국정부의 아시아 개입에 비판적인 수정주의학파인 브루스 커밍스도 이런 부류에 포함된다고 저자는 본다.
    구소련 사료 일부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오늘날, 소련 등 공산권 자료를 통해 문제를 다시 연구해야만 하며, 이를 통해서만 동아시아 냉전과 현재에 대한 입체적인 논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이 책은 그런 각도에서 구소련 사료를 바탕으로 하여 동아시아 냉전의 모습을 주로 소련(러시아)이란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 뒤편에 나오는 참고문헌 항목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소련의 사료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 뒤에 빠짐없이 관련 자료의 출처를 밝히고 있어, 자칫 학위논문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미로 가득 차 있다. 첫째 이유는 북한과 관련된,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 빼곡하기 때문이다. 북한 관련 내용은 책 전체에 실려 있지만 특히 제3장 ‘북한-건국ㆍ전쟁ㆍ자주’ 항목에 집중되어 있다. 소련과 북한, 점령권력과 북한 엘리트, 6.25전쟁의 원인, 전쟁의 과정과 결과, 종전 후의 북한 등의 항목은 2005년 하반기의 한국 내 논쟁에 대해 사실(史實)을 제공함으로써 사실(事實)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파랑 펴냄, 248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