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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집에는 총 12기종이 참가하였으며 대부분의 제품이 1000만원대 이상인 현대를 대표하는 제품들이 총망라되었다. 시청은 월간 오디오의 시청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시청에 참가한 레퍼런스 제품들은 랑셰의 No 4.1 스피커, 다인오디오의 사파이어 스피커, 솔루션의 710·720 앰프, 나그라의 PMA 파워 앰프 등으로 레퍼런스 시스템으로서 충분한 요건을 갖춘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총 4명의 필자가 동원된 시청 제품에 대한 리뷰이므로 적어도 이번 특집을 통해 현대를 대표하는 대부분의 하이엔드 CD 플레이어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성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오디오 취미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동적인 음악 재생을 위해 남들이 바라볼 때 도저히 이해가 되기 힘든 행동들과 지출을 일삼는다.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그동안 취미 생활을 위해 쏟은 열정과 경제적인 지출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그래도 이를 계기로 얻었던 많은 추억들과 즐거움의 시간들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약 30년 전 LP 음반과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오디오와 음악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와 기계들을 넘나들며 계속되어 왔으며, 디지털 시대를 거쳐 이제는 LP, CD 모두 버릴 수 없는 음악 생활의 소스들이다.
1982년 등장한 CD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일반 대중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며 널리 보급되었지만, 필자와 같은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는 상대적으로 LP에 비해 왠지 정감이 가지 않는 외향과 초창기 CD 자체 소스의 문제점 및 플레이어 기술의 한계 등으로 별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필자 역시 본격적인 CD를 통한 음악 감상을 시작한 시점이 1988년경이니 등장 이후 한참 동안 관심 밖의 존재였던 것이다. 당시 CD를 통한 음악 감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LP 소스의 수급 문제와 더불어 편리성 등과 관련한 이유였다. 당시 필자의 뇌리에는 음악적인 감성적 측면이나 오디오적인 재생 퀄러티에 있어 CD는 도저히 LP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이후 CD라는 소스는 녹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디지털 신호 처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진화를 거듭하였고, 1999년 SACD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 분야에서 이룩한 전자공학적인 발전은 실로 눈부신 것으로 이는 과거와 현재의 녹음 소스들에 대한 비교나 플레이어에 대한 비교를 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을 만큼 디지털 분야의 기술 발전은 타 오디오 산업 분야의 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으로 평가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디지털 분야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하이엔드 아날로그 관련 회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최근 아날로그 분야의 혁신적인 발전 결과를 가져와 결론적으로 양 포맷 간의 경쟁을 통한 동반 발전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두 분야 모두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다. 필자는 아직까지도 아날로그를 통한 음악 감상이 주류를 이룰 만큼 아날로그 마니아이다.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보면 이는 단순히 양자 간의 음향적인 차이보다는 필자가 추구하는 음악성 측면에서 아날로그 사운드를 선호하는 것이고, 필자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아날로그 시대에 집중되어 있어 리마스터링 된 CD보다는 LP쪽에 더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양자 간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음악 취미 생활을 추구하는 각 개인들의 기호 문제이며, 시스템의 환경상 우열을 가릴 문제이지 상대적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이다. 단 분명한 사실은 초창기 시대의 CD 사운드 대비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디지털 기술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여 왔으며, CD를 부정하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제는 인정할 만한 사운드 퀄러티가 완성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일례로 주변에 필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초보자 분들께 항상 우선적으로 CD를 권유할 만큼 디지털 사운드 전체의 발전은 이제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견이고 향후의 발전 가능성도 한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아날로그 사운드 대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무척 길었던 것 같다. 이번 특집은 현 시대를 대표할 만한 하이엔드 디지털 플레이어 12기종에 대한 비교 시청이다. 서두에도 언급해드린 바와 같이 CD라는 소스는 오디오를 하는 사람 대부분이 보유하고 있는 필수적인 요소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 소스의 가장 대중적인 포맷이다. 이렇듯 가장 높은 대중성과 함께 음악을 듣기 위해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소스가 CD인 만큼 이를 재생하는 플레이어 역시 대부분의 오디오 제조사에서 공급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CD 재생 장치의 종류와 숫자는 그야말로 수백 가지 이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은 애호가분들에게 항상 어려움을 안겨준다. 내부의 회로적인 특성이나 투입 기술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결정하는 경우는 극소수의 전문가 층을 제외하고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서론의 중요 내용인 좋은 CD 플레이어에 대한 조건으로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들을 언급해보기로 하겠다.음의 입구인 CD 플레이어의 경우 오디오 생활 중 사용자의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컴포넌트이다. 이렇듯 우리들과 가장 친숙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입구인 만큼 디자인적인 요소와 더불어 조작감이나 사용의 용이성 등을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레이 개폐시의 안정감이나 디스크를 읽는 동작 속도, 버튼의 조작감 등 사용자의 편의를 배려하는 설계 사상은 하이엔드 플레이어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이며 필자의 경험상 세부적인 정성을 깃들인 제품은 반드시 질 좋은 사운드로 보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일단 외형만으로도 사운드 좋은 플레이어가 대부분 결정지어진다.
다음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진동에 대한 대책이다. CD 플레이어 역시 LP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회전에 의한 동작이 기본이므로 진동에 관련한 원칙적인 접근 없이는 결코 좋은 사운드를 얻을 수 없다. 이를 위해 플로팅 기구나 메커니컬 그라운딩 등 각종 기계적인 접근 방식의 설계 사상이 도입되며 진동에 강한 고강성 구조의 섀시 채택 등 하이엔드 플레이어라면 당연히 진동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고강성 재질 채용을 통한 중량급의 제품 외형과 더불어 외형에서 판단할 수 있는 각종 진동 대책을 채택한 구성을 가진 제품이 일단 음질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견해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요소로 회로적인 설계 방식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는 여러 종합적인 요소들이 다양하게 포함될 수 있는 영역으로 상세한 기술적인 내용을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단순한 예로 트랜스포트의 기본적인 메커니즘부터 D/A 부의 회로설계 등 기본적 요소 외에 신호 처리 방식, 지터 대책, 전원 문제, 신호간의 상호 간섭 문제 등 무수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는 개별 제품의 설계 방식을 철저히 탐구할 수 없는 아마추어적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판단이 어려운 문제이나 적어도 간단한 제품 설명에 이런 근본적인 대책이 포함하고 있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상 언급한 기본적 조건 이외에도 다양한 변수들이 음의 퀄러티를 결정하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이 정도로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플레이어를 위한 조건을 정리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