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자의 귀환’이라는 표현으로 이 60주년 기념 모델을 평가하고 싶다. 아무래도 왕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왜소한 체구가 마음에 걸려 그렇지 실제의 사운드는 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 제품을 구입하시는 애호가 분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실 것 같은 예감이다. 

    영국 스피커의 전통의 명가 로저스가 벌써 창립 60주년을 맞은 모양이다. 그동안 우여 곡절도 많았던 회사이지만 아직도 전 세계 시장에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판매되고 있는 동사의 스피커들을 보면 역시 전통은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창사 60주년 기념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과연 어떤 제품이 출시될지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었다. 동사는 BBC 방송국 모니터 스피커로 명성을 쌓아 올린 회사로 유명하며 1947년 설립 이후 줄곧 스피커 제조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 올린 명가이다. 동사를 일약 세계 최고의 명성으로 발돋움시킨 배경에는 1970년대 초 영국의 공영 방송국인 BBC사로부터 스튜디오 모니터용인 저 유명한 LS3/5a의 제작을 의뢰 받았고, 이후 LS5/8, LS5/9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의 독점 제작권을 획득, BBC와 공동으로 전 세계 저명한 녹음 스튜디오에 납품했다. 이후 1993년 홍콩의 ‘Wo Kee Hong’ 그룹의 일원이 되어 현재까지 AV를 중심으로 한 스피커를 판매 중이며, 2007년 창사 60주년을 맞아 마침내 그들 회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LS3/5a 기념 모델을 출시하게 되었다.  

  • LS 3/5a만큼 수많은 오디오파일에게 사랑을 받았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제품은 없다고 단언할 만큼 이 스피커의 명성은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이다. 여기서 잠깐 이 스피커의 역사와 관련된 내용들을 언급하면, 먼저 모델명인 LS의 의미는 ‘Loudspeaker’, ‘3’은 야외방송용, ‘5’의 의미는 스튜디오용이라는 뜻으로, 모델명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듯 본래 민생용이 아닌 방송용 모니터로 개발되었다. 유닛의 공급은 KEF 사의 독점, 로저스 이외에도 하베스, 굿맨, 스펜더, 차트렛 등의 회사에서 제조하여 BBC 방송국에 납품했다고 한다. 1989년까지 공식 집계된 판매 대수는 총 6만 페어 정도이며, 이 중 로저스의 경우 4만 3천 페어 정도로 집계되어 실제로 여러 제조사들 중 가장 많은 판매 실적을 자랑한다. 

 이는 필자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단일 스피커로는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으로 예상되며, 스피커뿐 아니라 전체 오디오 제품 중 가장 판매가 많이 된 그야말로 역사적인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국내에서 한때 이 제품의 인기는 대단해서 필자 역시도 사용 경험이 있는 등 주변의 많은 지인 분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기로 많은 애호가 분들에게 항상 화제가 되어온 제품이다.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은 판매 중단된 이후 최근까지도 이 제품을 찾는 많은 애호가들이 있으며, 실제 중고제품이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그만큼 사용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은 경우로 판단되며, 시대를 뛰어넘는 명기의 조건을 다 갖춘 이 제품의 평가는 현 시대에서도 결코 빛이 바래지 않는 명품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인기를 거듭하던 이 제품도 결국 2000년대 초 KEF의 유닛 공급 중단으로 단종되게 되는데 이런 현실에서 60주년 기념 모델의 출현은 애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예전의 사용 기억을 더듬어 필자의 리스닝 룸에 도착한 LS3/5a의 모습은 반가운 모습 그대로 정겨운 자태를 뽐내었다. 워낙 왜소한 외형은 현 시점에서 보면 마치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었으며, 138mm 베이스 미드레인지, 19mm 트위터의 구성은 당연히 예전 그대로의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채용 유닛 공급사와 관련된 내용은 메이커 측의 비공개 원칙으로 알려진 바가 없으며, 11Ω임피던스에 83dB의 출력으로 마감한 구성은 예전과 동일하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의 기념 모델도 외양과 내용에 비하면 상당한 고가이다. 이런 구성에 400만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애호가분들께 쉽게 용납이 안될 만큼 고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가격대비 성능 측면에서 말도 안 되는 제품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오디오 마니아 층에게 높은 인기를 누려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는 데에는 실제 시청 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냥 작은 크기의 서브시스템 정도로 생각하고 이 제품을 접근하면 분명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아마 웬만한 스피커를 사용하시는 분들께 서브시스템으로 도입된 이 제품은 분명 메인의 위치를 넘보게 될 테니까 말이다. 필자 역시 사용 당시 서브 개념으로 이 제품을 구입했다가 결국은 메인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어 아쉽지만 작별을 고하게 된 경험이 있으며 주변의 많은 지인 분들 역시 같은 경험을 했던 것을 필자는 여러 번 전해 들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명기를 내보낸 필자의 경우 무척 어리석은 판단이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이 제품의 능력은 크기와 선입견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놀라움 그 자체로 평가할 수 있다.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매칭 시스템을 상당히 가린다는 점이다. 물론 웬만한 앰프로도 수준급 이상의 사운드 재생은 가능하나 매칭 여하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세팅과 매칭 앰프의 여하에 따라 이 제품은 대형기에 육박하는 스케일감도 갖추고 있는 등 솔직히 ‘괴물’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무서운 능력을 선보여 준다. 미드레인지의 독특한 매력은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특유의 개성적인 소노리티가 인상적이며, 이는 언어 표현의 제약 때문에 적절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지만 적어도 다른 스피커에서는 얻기 어려운 독창적인 세계이다. 구형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조건들의 변수는 따르지만 이번 기념 모델의 특징을 비교하여 연상해 보면 우선적으로 음의 밸런스 측면이나 질감 측면의 사운드 성향은 구형 제품과 거의 유사하며, 단 구동의 용이성 측면이나 음색적인 측면의 변화가 눈에 띄는 차이점으로 부각된다. 특히 현대적인 성향을 가미한 사운드는 최근의 디지털 사운드 대응 측면에서 구형 대비 높은 퍼포먼스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시대를 대표하는 명기는 세월이 지나도 그 빛을 잃지 않는 것 같다. 전설의 명기가 다시 부활,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그것도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채 현대적인 장점들을 부가하여 지금 시점에서 보아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필자는 ‘왕자의 귀환’이라는 표현으로 60주년 기념 모델을 평가하고 싶다. 아무래도 왕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왜소한 체구가 마음에 걸려 그렇지 실제의 사운드는 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 제품을 구입하시는 애호가 분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실 것 같은 예감이다. 서브의 개념으로 구입하신 분들은 메인을 위협하는 본기의 실력에, 그리고 처음으로 시스템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업그레이드의 유혹과 설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런 행복한 고민에 빠지실 것을 필자는 확신한다.

수입원 : 인베스트코리아 (031)932-0606
·가격 : 400만원·구성 :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 밀폐형·사용 유닛 : 우퍼 13.8cm, 트위터 1.9cm·재생주파수대역 : 70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 3kHz·임피던스 : 11Ω·출력음압레벨 : 83dB/2.83V/m·권장 앰프 출력 : 30-80W·크기(WHD) : 18.8x30.4x16.4cm ·무게 : 4.9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