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부지로 뛰는 하이엔드 오디오 가격을 보면 가끔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과거에도 오디오 가격은 상당히 고가였으나, 현 시점과 비교해 보면 그래도 상대적인 부담은 덜한 가격이었다. 특히 일부 제품들 중 만듦새와 투입된 물량을 대충 산정해 보면 사기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황당한 고가의 제품들도 가끔은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이 인기리에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의문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디오 제품의 성능이 가격과 비례되어 좌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현상을 보면 분명 특별한 비밀이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든다. 

     필자 역시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마니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일부 메이커들의 경우 꼴 보기 싫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을 제시하지만,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결국 두 손 들고 구입하게 되는 것을 보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 기종을 앞서는 메이커들의 자부심과 상술에 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골드문트 사 역시 대표적인 고가 브랜드로서 그것도 상식을 뛰어넘는 초고가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메이커이다. 가끔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 사운드를 들어 보면 모든 이의 동경이 될 만큼 시대를 앞서가는 그들의 기술력과 독창적인 개성,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감각 등 분명 인정해야 할 부분이 많은 신비한 메이커로 평가된다. 오히려 역으로 생각해 보면 골드문트 같은 메이커는 하이엔드 오디오 발전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브랜드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비록 고가의 제품이지만, 재생음향 사운드의 발전과 다른 오디오 메이커들의 기술 발전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흔히들 골드문트 사운드라 칭하는 그들만의 개성은 실로 독창적인 미적 세계로, 음색의 마색적인 아름다움, 세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디테일감과 투명함, 미음의 살랑거리는 듯한 매력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르며, 누구나 한 번 들으면 골드문트 제품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특유의 개성적인 사운드는 정말 독특하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의 약간은 차가운 듯한 음의 성향에서 진보를 거듭하여, 따뜻하고 질감 풍부한 사운드에 특유의 침투력과 해상력이 더해진 최상의 음향을 선사하여 경쟁 제품들을 압도한다. 고백하면 필자 역시 골드문트 사의 팬으로 최근 골드문트 사의 대표 기종 일부를 사용 중이다.


이번 특집에 참가한 골드문트 사의 제품은 에이도스 36A로 SACD 플레이어이다. 출전 제품 중 당연히 최고가의 제품으로 최상급기 에이도스 레퍼런스를 잇는 두 번째 고급 기종이다. 에이도스 레퍼런스의 경우 소스기기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상식을 뛰어넘는 가격으로 동사 플래그십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레퍼런스 제품의 설계 및 내용을 그대로 이어 받은 본 제품을 실질적인 동사의 최고 제품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일체형 방식에 5.0 채널 아날로그 출력단자, 동축 2계통, 광 1계통, AES/EBU
1계통의 디지털 출력 단자를 지원한다. 특히 레퍼런스 모델에 투입된 메커니컬 그라운딩 기술이 그대로 접목되었으며, 파이오니아 메커니즘을 강화하여 재설계한 구조가 돋보인다. 메커니즘 개조의 중요 포인트는 픽업 어셈블리, 로딩 메커니즘 등에 기존의 수지 섀시에서 스틸, 알루미늄, 황동의 복합 재질의 금속재로 재설계하고 디스크 트레이, 클램퍼 등도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재설계하여 동작의 완성도를 높인 구조이다. 192kHz/24비트를 장착한 DAC 모듈 ALIZE 5를 채용했고, 전원부에는 동사의 클린 전원회로인 AC 큐레이터의 채용과 대형 트랜스를 장착하는 등 내용적으로 상당히 충실하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골드문트 최상위 라인의 다른 제품들과 동일하며, 순백색의 섀시에 황금색 골드문트 사의 로고를 부착하여 상당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첫 곡으로 첼리비다케 지휘 브루크너 교향곡 7번 2악장을 선택했다. ‘역시’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강한 개성이 묻어 나오는 사운드는 바로 ‘골드문트 사운드’였다. 소스 기계 하나로 시스템 전체의 성향을 바꾸어 버리는 개성에는 정말 필자도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장시간 펼쳐지는 현악 합주의 미세한 표현들을 남김없이 해부하여 재생하는 사운드는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으며, 개별 악기에 곱게 색을 입힌 듯한 음색적 매력도 대단했다. 솔직한 표현을 쓰면 이는 분명 이상한 음이다. 음색의 중립성을 중시하시는 애호가 분들에게 이런 성향의 사운드는 착색이 강한 음으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른 입장이다. 기본기를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음의 아름다움을 첨가한다면 그건 분명 예술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미적 세계이다. 한 가지 특징으로만 전체를 커버하는 그런 눈속임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골드문트의 사운드에는 다른 단점들을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감춰 버리는 그런 세계가 아니라, 완벽한 기본기 위에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첨가하여 승화시키는 듯한 개성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다른 소스의 시청은 그저 시청기의 위대함을 재 입증하는 계기일 뿐 특별한 단점이나 다른 특징을 찾아내기 어려울 만큼 완벽성을 자랑했다. 해상력과 정보량이 턱 없이 높음에도 음은 따뜻하고 질감 부분의 표현력도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특히 미음 부분의 속삭이는 듯한 절묘한 표현력은 다른 플레이어에서 결코 얻기 힘든 골드문트가 선사하는 축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지는 스트라빈스키 불새의 경우 특히 콘트라스트의 위력에 숨을 죽이게 만들었으며 일사 분란하게 펼쳐지는 총주의 엑스터시 역시 오디오적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이사벨 파우스트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의 세계는 눈부시게 찬란한 꽃동산이 연상되며 특히 최상위의 디지털 음향 세계는 아날로그의 사운드와 거의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피아노곡의 절묘한 타건 감이나 보컬의 관능적 세계 역시 다른 별도의 표현이 불필요할 만큼 시청 내내 필자에게 완벽성을 선사하였다.

정리하면 이 플레이어가 선사하는 음향 세계는 분명 중립적이 아닌 관능적인 미적 세계이다. 동사의 타 제품과 마찬가지로 어떤 음악을 들어도 아름다움을 기본으로 절묘한 밸런스의 바탕 위에 펼쳐지는 일사분란함은 항상 경쟁 기종 대비 어른스러움을 뽐내 준다. 다양한 세계를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펼쳐가는 골드문트의 음향 철학에는 분명 메이커의 확고한 주관과 기술력을 느끼게 되며 이는 분명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확신마저 들게 된다.

 

수입원 : 오디오갤러리 (02)926-9084

·가격 : 4,200만원·재생 포맷 : SACD 스테레오, CD 외 ·아날로그 출력 : 밸런스 1계통, 언밸런스 1계통
·디지털 출력 : 동축 2계통, 밸런스 1계통, 광 1계통·크기(WHD) : 44x10x35.5cm·무게 : 2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