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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지를 유심히 읽어 온 애호가라면 가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일본 내 오디오 메이커들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어큐페이즈, 에소테릭, 데논 등의 브랜드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업체들이고, 일부 생소한 브랜드들 중 일본 자국 내에서는 상당한 인지도와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페이즈테크(PhaseTech) 사는 이런 범주 속에서도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을 만하다. 동사의 거의 전 제품이 일본의 저명한 오디오 잡지에서 항상 최고의 평가와 경쟁 기종을 압도하는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날로그 관련 제품에 특히 관심이 많은 필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페이즈테크 제품의 높은 인기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았던 터에 드디어 국내에도 정식 수입되어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돌입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이에 편집부와 수입상의 의뢰로 1차 수입된 카트리지 2종, 포노 앰프, 승압 트랜스포머 2종 등 총 5개 제품에 대한 리뷰와 함께 페이즈테크에 대한 소개를 이 자리를 빌려 독자 분들께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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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브랜드인 관계로 먼저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한다. 페이즈테크는 스즈키 대표 회장에 의해 1970년에 설립되었다. 여기서 스즈키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성향에 먼저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이분은 상당한 오디오·음악 애호가로서 오디오 관련 사업 분야에 진출해야겠다는 꿈을 창업 초기부터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창업 후 여러 가지 여건상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본래부터 전념해 왔던 타 분야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오디오 관련 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플로피, 하드디스크 등 자기기록 매체와 관계된 정밀한 검사 측정 장비로 성공을 이룩한 후에 2002년 P-1이라는 카트리지의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인 오디오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는 분명 회사의 창립 이념과 추구하는 길 자체가 영업이익을 우선시하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달리 창업주인 스즈키 회장의 개인적인 취미 생활이 발전되어 이룩된 것이다. 좋은 음향을 창조하는 것이 영업이익보다는 우선이라는 개념 하에 오디오 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로 우리는 분명 이런 동사의 자세에 먼저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동사의 이념은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 등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는 부분인데, 화려하고 장식 있는 음향의 추구보다는 음악적인 본질을 추구하며 항상 경쟁 제품 대비 높은 가격 대비 성능으로 진정한 음악 애호가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브랜드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동사는 본래의 전문 분야인 다양한 측정 및 계측 노하우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동사 제품의 기술적 신뢰성과 음향적인 혁신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동사에서 출시되고 있는 제품들은 카트리지, 승압트랜스, 포노 앰프 등 아날로그 관련 기기 및 CD 트랜스포트와 프리앰프 등인데 발표되는 제품마다 각종 수상과 더불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에게 리뷰가 의뢰된 제품은 EA-3 포노 앰프, P-1 카트리지, P-3 카트리지, T-1 승압트랜스, T-3 승압트랜스 등 아날로그 관련 총 5제품이다. 시청은 필자의 자택 시스템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임했으며, 개별 기기와 동사 제품 조합을 통한 시청 방식으로 진행했다.
EA-3 포노 앰프본래 동사의 레퍼런스 포노 앰프는 EA-1 모델로 현재는 MKⅡ 버전으로 진화하여 EA-1 MKⅡ 모델과 T-1 승압 트랜스포머를 삭제한 EA-1 MKⅡs 모델이 상위 기종으로 있다. 이 제품들은 진공관 방식이며 상당한 고가의 제품으로 일본 내 평가와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롱 셀러의 자리를 지켜 왔다. 2006년 등장한 EA-3 모델은 진공관이 아닌 트랜지스터 방식을 이용, 설계 및 음의 사상은 상위기종을 이어 받고 가격을 절감시킨 실질적인 동사의 최고 인기 모델이다. 이 제품의 경우 등장하자마자 일본 잡지에서 최고 순위에 오르는 등 많은 인기를 얻은 제품으로 이번 시청을 통해서 유감없이 매력을 발휘하였다. 우선 간략하게 컨스트럭션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이 진동 방지 차원의 설계 방식이다. 내부 서브 섀시에 의한 플로팅 구조 채택 및 전원 트랜스포머의 메커니컬 그라운딩 채택 등 상당히 만전을 기한 모습인데 이는 음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 일체의 험이나 화이트 노이즈 없는 깨끗한 재생음으로 이어진다. 아날로그에 경험이 많은 독자 분들은 충분히 경험해 보셨을 것 같은데, 일부 고가의 기계들 중 이와 같은 기본적인 험이나 노이즈에 대한 대책이 미약한 제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한 이 제품의 성능은 배터리 전원부를 채용한 제품을 연상시킬 만큼 최고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 밖에 상위 기종에 채택된 설계 기법들이 그대로 채용되며, 20Hz, 40Hz 서브소닉 필터회로를 탑재하여 디스크의 재생환경을 확대했다. 입출력은 각각 1계통이며, MM 게인 38dB, MC 게인 65dB로 MM/MC 전환은 간단히 후단의 토글스위치로 전환 가능한 편리성도 돋보인다.
필자의 메인 시스템과 매칭하여 시청한 결과 상당히 맑고 투명한 현대적인 사운드의 재생이 일품이었으며, 이 가격대에서는 얻기 힘든 저역 부분의 무게감이나 해상력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 주었다. 특히 동사의 T-1 승압 트랜스포머와의 매칭은 최고급 아날로그 사운드에 필적하는 경향인데, 이 가격대에서는 얻기 힘든 고품위한 질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착색감이 적고 특이한 버릇이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재생 경향으로 취향을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보편타당성을 갖추고 있어 이 가격대에서는 보기 힘든 모범생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이다.
T-1·T-3 승압 트랜스포머아직도 많은 아날로그 애호가분들께서는 최고급 MC 헤드앰프 대비 승압 트랜스 방식의 우수성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MC 헤드앰프의 경우 넓은 주파수 대역 특성이나 저역 부분의 임팩트, 해상력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아날로그 특유의 온도감이나 질감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승압 트랜스포머 방식의 두드러진 장점 때문에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 역시 특정 방식에 대한 우열을 확실하게 가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분명 승압트랜스 방식의 고유한 우수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편이다. 문제는 제대로 만든 승압 트랜스포머 제품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현실과 선호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아날로그 전성기였던 80년대 이전의 제품들로서 구입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현재에 출시되고 있는 승압 트랜스포머 제품의 수준 자체가 과거의 제품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포노 앰프 관련 제품의 대세는 MC 헤드앰프이며, 일부 회사에서만 승압 트랜스포머를 생산하는 실정으로, 한정된 수량의 판매를 위해 진지하고 깊은 열정을 갖고 제품 개발을 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견해이다. 서두에도 소개한 바와 같이 동사의 경우 창업자의 애정과 정성에 의해 탄생한 업체인 만큼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개인의 이상을 실현시키려는 목적이 강한 것이다. 현대에는 보기 드물게 마케팅 목적이 아닌 순수 음악적인 이상의 성취 목적으로 제품 개발을 하였으니 당연히 타사 제품들에 비해 제품의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마케팅적 측면과는 거리가 가장 먼 이런 승압 트랜스포머 같은 제품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밖에 없는데 일단 단언컨대 필자가 현재까지 경험해 본 제품들 중 최고의 제품이라는 것이 단정적인 의견이다.
먼저 상위 기종인 T-1을 살펴보면, 제품의 외관부터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며, 우드케이스와 샴페인 골드 색상의 섀시는 고급스러움이 가득 묻어 나오는 디자인 감각마저 자랑한다. 기본적인 구성은 78% 슈퍼 파마로이 코어 재질에 의한 대형 EI 코어에 0.32 파이의 저손실 구리철사를 감은 구조이다. 특수 분할 다층 코일 구조 및 알루미늄 고강성 섀시 채용, 마이크로 발포 합성 고무재의 채택 등 승압 트랜스로는 보기 드문 물량 투입형 설계 사상이 돋보이며, 10Ω 이하의 로타입 카트리지 전용으로 10~80kHz의 광대역 주파수 특성을 보여 준다. 승압 비율도 27dB로 상당히 넉넉한 편으로 대부분의 저출력 카트리지와도 무난한 매칭이 가능한 범용성이 돋보인다. 음의 경향은 한마디로 무결점 사운드의 성향인데 그동안 필자가 생각해 왔던 주파수 특성이나 다이내믹스 등 승압 트랜스포머 방식의 단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사운드 재생에 음의 온도감, 질감, 색채감 등 모든 면에 최고의 평가를 내릴 만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물론 만만한 가격대의 제품은 아니지만 웬만한 중급형 MM 전용 포노 앰프에 이 제품의 조합이면 그보다 훨씬 고가의 MC 헤드타입 포노 앰프 제품을 능가할 만한 실력으로 가격대비 성능 측면에서도 현명한 선택일 것 같다는 판단이다.
저가형 모델인 T-3의 경우 T-1과 동일 재질을 채택했으며, 섀시 구조나 단자 등의 원가 절감을 통해 완성된 모델로 기본적인 음의 특성은 상급기와 유사한 성향을 보여 주었다. 적정 카트리지 출력 임피던스는 1.5~40Ω으로 더 폭 넓은 대응이 가능하며, 상급기 대비 주파수 대역 특성은 약간 떨어져, 10~50kHz의 특성과 승압비 26dB의 특성을 갖는다. 상급기 대비 음의 유연성 측면에서 약간 딱딱한 느낌과 고역 부분의 해상력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동급의 실력을 보여 주는 등 특히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인상적인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두 모델 모두 저역 특성의 리니어리티와 해상도 부분은 다른 제품에서는 찾기 힘든 장점인데, 디지털을 능가하는 오디오적 쾌감을 아날로그 사운드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이 제품의 매력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필자의 종합적인 판단이다.
P-1·P-3G 카트리지
서두에 소개드린 바와 같이 P-1 카트리지는 2002년 동사가 본격적인 오디오 산업 분야의 진출을 알리는 데뷔작으로 출시 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현재까지도 동사의 톱 모델로 존재하고 있는 제품이다. 내부 임피던스는 5Ω이하로 로타입이며, 무빙코일 방식의 0.25mV 출력 전압에 10~30kHz 주파수 특성을 갖는다. 실제 0.25mV의 전압은 약간 낮은 듯 느껴지지만 실제 청감상 전혀 문제가 안될 만큼 다양한 포노 앰프와의 매칭 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P-3G 모델은 P-1의 후속인 P-3의 개량형 모델로 2007년 발매된 동사의 가장 최신 제품이다. 내부 임피던스는 4Ω, 무빙코일 방식, 0.27mV 출력 전압, 10~30kHz 주파수 특성을 갖는다.
시청을 통한 두 제품 모두 우선적으로 부각되는 특성은 고 S/N비를 수반한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스타일의 재생음이 인상적이었다. 일부 카트리지 중 독특한 음색이나 특정 대역 부분의 강조를 통해 묘한 매력을 보이는 제품들도 있지만 동사 제품들의 경우 상당히 중립적이고 안정적이며, 비교적 착색감이 적은 특성을 보여준다. 이는 취향에 따라 일부 독특한 마력적인 특징을 선호하는 애호가분들에게는 다소 싱거운 듯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기에는 이 제품들과 같은 성향이 훨씬 유리할 것 같다. 상대적으로 P-1의 경우 P-3G 대비 약간 소극적이나 온도감이나 질감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며, P-3G의 경우 시원스럽게 뻗는 음장감이나, 광대역 특성 등에서는 오히려 상급기를 능가하는 성향을 보여준다. 특히 P-3G와 같은 현대적 성향의 카트리지들 중 일부 제품은 거친 특성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의 경우 깔끔함과 매끄러움이 눈에 띄게 강조되는 성향으로 이런 측면에서 경쟁 제품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동사 T-1이나 T-3 제품들과의 상성은 가히 환상적인 느낌으로 고품격한 아날로그 세계를 느낄 수 있다.이상 국내에 처음 도입된 페이즈테크 사의 아날로그 관련 제품에 대한 시청평을 정리하였다. 전 제품 모두 상당히 음악적으로 품위 높은 제품으로 평가되며 특히 높은 가격대비 성능은 분명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느끼게 해줄 만큼 필자와의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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