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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강한 정부를 원한다. 강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2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제1차 '국민원로회의'에서는 국정 전반에 대한 국가원로들의 다양한 의견과 당부가 쏟아졌다.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세계적 위기에 우리나라가 잘 대처한 것은 기본 원칙을 잘 따랐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순 전 총리는 "세계가 미증유의 위기에 처했으나 각 정부가 이를 극복할 능력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면서 국민 신뢰를 쌓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남북관계 긴장도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며 "이를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지금 키리졸브 훈련은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에 비해 약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이를 빌미삼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남한 길들이기"라고 분석했다.
또 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은 "이 대통령이 '소외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신빈곤층 복지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한 부분은 아주 잘한 것"이라며 "빈곤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관 전 대법원장은 "정치가 법에 의해, 경제가 법의 기초 위에서 이뤄지고 사회가 법대로 흐르는 것이 사회안정의 기초"라면서 "근래 법 질서가 너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세계 모든 나라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대한민국이 가장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각자 잘 살겠다는 것보다 세계 모든 나라가 공조해야 위기극복 기간을 단축하고 효과도 배가할 수 있다"며 경제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북한 미사일 도발 움직임과 관련, 이 대통령은 "쌀과 비료만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그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진정으로 돕고자 하는 것이 현 정부의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잘 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단기적 처방을 내놓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민족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며, 남북이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대화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 56명의 참석위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공통적으로 주문한 것은 '용기'와 '자신감'이었다"면서 "덕담과 조언, 건의와 당부가 쏟아진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제1차 국민원로회의 주요 발언
<경제 부문>
◇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 = 위기가 기회라는 말에 적극 찬성한다. 우리는 위기가 올 때마다 한걸음 전진한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자. 4월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 때는 보호주의에 절대 반대해야한다. 만약 그런 식으로 세계가 돌아가면 한국경제는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스칸디나비아에서 조선기술을 배워올 때 '과연 배가 뜨기나 하겠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근데 나중에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내 친구가 전화를 해서 '한국 때문에 스칸디나비아 조선은 전멸했다고 하더라.
"녹색성장 잡은 것은 획기적"
◇ 남덕우 전 국무총리 = 세계적 위기에 우리나라가 잘 대처해온 것은 기본 원칙을 잘 따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올해 예산 중 24조 가량을 절감해서 시급한 경제회복에 사용키로 한 것은 아주 좋은 방안이다. 여기에 추경 예산까지 합쳐 긴요한 사업에 썼으면 좋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 조순 전 국무총리(전 한국은행 총재) = 세계가 미증유의 위기에 처했으나 각 정부가 이를 극복할 능력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는게 중요하다.
◇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 = 현 정부가 녹색성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획기적이다. 민간금융기관의 자금조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통화 스와프를 적극 진행해 민간금융기관의 어려움을 보완해줘야한다. 이번 추경예산으로 서비스 산업의 인프라를 확충해야한다.
<대북·안보 부문>
◇ 이만섭 전 국회의장 = 경제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남북관계의 긴장도 날이 갈 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를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 지금의 키리졸브 훈련은 과거 수 십만 명의 한미 군인이 참여하는 팀스피리트 훈련에 비해 약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이를 빌미 삼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남한 길들이기라고 생각한다.
"북이 빌미삼아 긴장고조, 남한 길들이기일 것"
◇ 김원기 전 국회의장 = 국가안보는 곧 경제이기도 하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그 책임이 어디에 있든 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더 심화되어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북관계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 이홍구 전 국무총리 =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쪽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다. 비핵문제는 반드시 추진해야하며 동시에 북한 동포를 돕는 데도 계획을 잘 세워서 해야한다. 어떻게든 북한을 잘 설득해 국제사회의 예외지역으로 남지않도록 해야한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달라.
<사회통합 부문>
◇ 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 대통령께서 이번 순방을 마치고 오자마자 "소외계층을 끌어안아야한다"고 강조하시고, 뒤이어 "신빈곤층에 대한 복지를 꼼꼼히 챙겨야한다"고 하신 부분은 아주 잘 하신 거다. 빈곤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국가가 잘 도와서 사회통합을 이루도록 했으면 좋겠다.
"근래 법질서 너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참담"
◇ 이만섭 전 국회의장 = 국민의 힘을 통합하기 위해 믿음의 정치, 관용의 정치를 펴달라. 국민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국가의 주요 현안이 있을 때 원로들을 자주 불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 윤관 전 대법원장 = 정치가 법에 의해, 경제가 법의 기초 위에서 이뤄지고 사회가 법대로 흐르는 것이 사회안정의 기초다. 근래 법질서가 너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이다. 결국 국회에서 좋은 법을 좋은 절차에 의해 잘 만들어야하는데 그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기타>
◇ 김태길 전 철학문화연구소장 = 우리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는 웃으며 살자. 자신만만한 태도로 살자고 제안하고 싶다(건배사).
◇ 백성희 전 국립극장 단장 = 나가자! 나라를 위해,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건배사).
◇ 권이혁 전 문교부 장관 = 우리 사회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통령이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계셔 감동을 받았다. 요즘 같아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국민은 강한 정부를 원한다. 강한 리더십을 요구한다.이날 회의는 2009년 국정운영 방향을 원로들에게 간략히 설명한 뒤 오찬을 포함해 경제위기 극복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원로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민원로회의는 정치, 외교·안보·통일, 경제, 사회통합, 교육과학, 문화체육 등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60여명의 원로로 구성됐다. 의장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현승종 전 국회의장,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맡았다.
국민원로회의 정치 분야에는 김수한 김원기 박관용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예춘호 이철승 정재철 전 의원 7명이, 외교·안보·통일 분야에는 노신영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 5명의 원로가 참여했다.경제 분야에는 김상하 전 한일경제협회 회장, 남덕우 박태준 조순 전 국무총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 이규성 이용만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 9명이 그리고 사회통합 분야에는 강문규 세계교회협의회 공동의장, 강신석 전 5.18 기념재단 이사장, 김영일 광복회장, 서영훈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안필준 대한노인회 회장, 정의채 전 가톨릭대 총장, 윤관 전 대법원장,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정진경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조무제 전 대법관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또 교육과학 분야에는 권이혁 전 문교부 장관, 김상주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김시중 한국과학기술포럼 이사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태길 전 KBS 이사장, 박영식 전 교육부 장관, 이영덕 전 국무총리,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정범모 전 충북대 총장, 조용기 한국사학인연합회장, 차하순 전 역사학회 회장, 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 홍일식 한국외국어대 이사장 13명 위원이 참여했다.
문화체육 분야에는 강선영 전 국립무용단 부단장, 김수용 대한민국예술원회장, 백성희 전 국립극단장, 신영균 전 예총 회장, 윤주영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인영 전 한국성악아카데미 회장, 이준 전 대한민국예술원회장,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10명의 원로가 위원으로 위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