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농민단체를 주도했던 지도자는 개혁, 개방적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반대 농민단체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정부 지원금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현재 뉴질랜드 농민 가운데 과거 지원금 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데이비드 카터 뉴질랜드 농림부 장관)

    3일 오전 남대평양 3국 첫 국빈 방문지인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은 뉴질랜드 식물식품연구소(Plant & Food Research)를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뉴질랜드에서 이 대통령의 시선은 뉴질랜드 농업개혁 벤치마킹과 녹색성장 협력으로 곧장 향했다.

    이 대통령이 찾은 식물·식품연구소는 2008년 12월 '원예연구소'와 '작물 및 식품연구소'를 통합, 출범한 농업분야 대규모 국립연구소로 약 800명의 연구원이 과수 야채 작물 등 신품종 연구와 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골드키위' 같은 히트상품을 자랑한다. 정부와 민간기업간 연구개발 계약 및 상업화, 그리고 수익 창출로 연결짓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 농업 선진화를 지향하는 우리 농업에도 시사점이 크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뉴질랜드가 80년대 농업개혁에 성공한 나라라서 우리가 배울 게 많다"면서 "한국 농촌도 많이 발전했는데 투자에 비하면 농산물이 썩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뉴질랜드도 개혁 전에는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한국 농촌은 여전히 지원을 받아서 하고 있다"며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뉴질랜드에서 하는 것을 보고 장관들이 가서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 유명환 외교통상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동행했다. 이 대통령은 선물로 받은 빨간 과육의 사과 사진 액자를 장 장관에게 보여주며 "우리는 빨간 과육 사과는 없죠"라고 묻고, "우리는 농수산과 식품을 합쳐 농림수산식품부가 있다"며 장 장관을 뉴질랜드 정부측 인사들에게 소개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연구소가 개발한 크기가 포도만한 '포도키위'도 유심히 살폈다.

    데이비드 카터 뉴질랜드 농림부 장관은 농업 개혁을 소개하며 "당시에는 빠르게,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면서 "농업개혁과 관련해 지금 말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현재 뉴질랜드 농민들 가운데 단 한사람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혁 전에는 모든 뉴질랜드 농업 생산자들은 영국에 상품을 팔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지원에 의존했지만, 개혁 후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낙농업만 해도 33%의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면서 "개혁에는 고통의 시기와 전환기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라고 조언했다.

    또 뉴질랜드 유명 식품업체인 ANZCO 푸즈의 그레엄 해리슨 회장은 "농업개혁과 함께 노동개혁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해외직접투자 유입도 늘고 있다"면서 "또 농촌인구가 고령화돼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뉴질랜드는 농업개혁 과정에서 농업인구 연령대가 낮아져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연구소 시찰을 마친 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듣고 느끼고 간다. 정부도 농민도 성공한 정책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카터 뉴질랜드 농림부 장관이 소개한 '뉴질랜드 농업개혁'

    <데이비드 카터 뉴질랜드 농림부 장관은 3일 자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오클랜드 식물·식품연구소를 소개한 뒤 가진 간담회에서 뉴질랜드 농업개혁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카터 장관의 발언 요지>

    뉴질랜드 농업개혁에 대해 말할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한다. 당시에는 개혁이 빠르게,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농업개혁과 관련해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현재 뉴질랜드 농민들 가운데 단 한사람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개혁 전에는 모든 뉴질랜드 농업생산자들은 영국에 상품을 팔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지원에 의존했는데, 개혁 후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낙농업만 해도 33%의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

    농업분야의 개혁도 있었지만 노동시장 개혁도 동시에 이뤄지는 등 동시다발적인 개혁이 이뤄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아울러 개혁으로 국제경쟁력도 갖추게 돼 개혁 전에는 유럽과 미국에 주로 의존했으나 이제는 아시아로도 진출하고 있다.

    변화에 따른 또 다른 두드러진 점은 자본 이동도 있었다는 것으로, 해외 직접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낙농업 분야에서는 일본 싱가포르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개혁은 동시에 유연한 토지사용도 가져왔다. 수십 년간 낙농업으로 양만 기르던 토지를 이제는 시장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변화도 가져왔다.

    개혁단계에서 고통스러운 과정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좀 더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사고를 가진 농업 종사자들이 나타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했다.

    농민들의 평균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농민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데 이는 농업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어떤 산업이나 젊은 피를 수혈하는 게 중요하다.

    84년 농민단체를 주도했던 지도자는 개혁, 개방적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반대 농민단체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정부 지원금에 대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저항이 빨리 해결됐다. 개혁에 저항해 농촌을 떠난 사람도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순응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지금은 정부는 물론 농민과 국민 모두가 개혁을 잘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통의 시기와 전환기가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다. 

    앞서 말했지만 현재의 뉴질랜드 농민들 가운데 과거 지원금 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뉴질랜드는 농산물 수출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 5명 중 1명이 농업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등 OECD 회원국으로서는 대표적인 농업국가다. 세계 시장점유율 38%의 양고기, 점유율 5%의 쇠고기 등 낙농제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출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840년 영국 지배 이후 영국 배후 농업지 역할을 하며 안정적 성장을 하던 뉴질랜드 농업은 1960년대 세계 양모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1973년 영국의 유럽공동체 가입으로 영국시장에서 누리던 시장접근 특혜가 폐지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특히 19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로 촉발된 높은 인플레이션과 정부의 간섭은 농업 부분의 경쟁력을 하락시켰다. 뉴질랜드 정부는 운송과 비료가격에 대한 보조를 실시하고 조세감면 조치를 통해 과잉생산을 유발, 농산물 가격을 더욱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뉴질랜드 최대 농민단체인 '뉴질랜드 농민연합(Federated Famers of New Zealand, FFNZ)'은 1982년 농업보조로 인한 재정적자가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이며 보조의 증대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카터 장관이 이날 이 대통령에게 농업개혁을 설명하면서 "당시 농민단체를 주도했던 지도자는 개혁, 개방적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특히 1984년 집권한 뉴질랜드 노동당 정부는 농업보조금을 철폐, 경제 개방화를 꾀하고 정부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복지 분야 축소 정책을 펴는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1984년 이후 뉴질랜드 농업개혁은 카터 장관의 설명대로 '빠르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농업보조 철폐, 농업 조세 감면 철폐, 수출보조 철폐, 농업서비스 사용자부담원칙 도입과 적용, 국영 농촌은행 매각 등이 5∼6년 사이에 이뤄졌다.

    1960∼70년대말 까지 농업에 대한 보조가 가장 높은 나라였던 뉴질랜드는 현재 OECD국가중 농업분야에 대한 보조가 거의 없는 국가로 변모했다. 농업보조수준은 2005년 기준 2.6%에 불과, OECD 평균인 29%보다 매우 낮다.

    앞서 이 대통령은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세기내에서도 미리 우리 농업에 대한 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돌아오는 농촌, 그리고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도 바로 농업 개혁을 해야 한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자율적인 경쟁력을 살려낸 뉴질랜드와 네덜란드의 예"라며 "그래서 이번에 우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동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농림부 장관은 각료라고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농촌 개혁 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일하라"며 상당히 강도 높은 주문을 하면서 "농촌을 살리는 데는 여야도 좌우도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농림부 장관이 이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농업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오늘 한·뉴질랜드 정상회담에서도 농업개혁 협력방안이 의제로 긴급 추가됐다"고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