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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투자은행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까지 낮췄다.
두 달 만에 3%에서 0%대로 낮춘 것으로, 이런 하향 속도라면 조만간 연간 `마이너스' 전망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정부도 올해 성장률이 작년 말의 전망치보다 크게 내려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해외IB 전망, 3%→1.2%→0.8%→?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씨티은행 등 9개 글로벌 투자은행이 작년 12월 말에 예측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0.8%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말에 도이치뱅크와 씨티은행을 제외한 7개 투자은행이 전망한 올해 한국 성장률은 1.2%였다. 앞서 10월 말에는 BNP파리바를 포함한 8개 투자은행이 3.0%를 제시했다.
두 달 새 골드만삭스는 3.9%에서 1.8%로, 스탠더드차타드는 3.9%에서 1.4%로 각각 절반 이하로 낮췄다. UBS는 종전의 전망치인 -3.0%를 유지했다. 메릴린치는 -0.2%를 내놓으면서 UBS에 이어 마이너스 전망에 가세했다.
HSBC는 최근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0.6%으로 낮췄고,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1.3%에서 -2%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마이너스 전망이 점차 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해외 IB들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는 진폭이 크다"며 "성장률 전망치가 빠르게 낮아진 것은 아직까지 경기침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현실을 반영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정부.한은 전망치 하향 불가피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경기 침체 속도와 시장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성장 목표(3.0% 안팎)와는 격차가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국내 경제 성장의 전제가 되는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어 당국의 성장률 목표도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진다면 한국은 지난해 연말에 계획했던 것보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연말에 세웠던 정부 목표도 다소나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오는 4월 경제전망에서 작년 12월 제시한 2.0%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한은 안팎에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4%대로 전망치(-1.6%)보다 크게 낮아지고 올해 1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0년 이후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진 적은 1998년 1분기(-7.8%)가 유일하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작년 4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보다 규모가 크게 줄 것으로, 즉 전기비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의 성장률 전망도 점점 하향 조정되는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국내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대로 낮춘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1.8%, 금융연구원은 1.7%를 예측했다.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