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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10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김수한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국가원로들의 오찬간담회에서는 "국회가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민생현안을 외면하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남덕우 이현재 노재봉 현승종 이홍구 전 국무총리,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임권택 영화감독, 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OECD 주요국가들의 재정지출 규모를 언급하면서 "정부가 서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 어려울 때는 서민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지 않겠나"며 "(국회에서) 예산만 통과되면 바로 집행해 시·도지사들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세계적 금융위기와 관련, "위기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문제는 그 위기가 지나간 이후 긴 세월의 질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 넘게 걸린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와 APEC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고 국가원로급 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건배사를 겸한 인사말에서 "과거에 국회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온 국민이, 온 나라가 국난 극복을 위해 하나로 힘을 모으고 있는 때 국회가 민생은 뒷전으로 한 채 정쟁에만 골몰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김 전 의장은 "170석이 넘는 안정 과반의석을 갖고도 무기력한 여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승종 전 국무총리 역시 "국민이 여당에 많은 의석을 준 의미를 새겨야한다"는 취지를 언급, 소수의 반대에 부딪혀 일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김수한 전 의장에게 공감을 표하면서 "국가가 위기라는 공감대, 국가원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전투적인 대결의 정치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과감한 공공투자 확대와 규제개혁 현실화 제안을 받은 이 대통령은 "지금 450여개 규제개혁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며 전국 상공회의소에 사람을 보내 무엇이 필요한지 애써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국회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은 역사교과서 바로잡기와 관련해 "근대사라는 것이 주로 정치경제사인데 근대사를 다루는 교사들이 대체로 운동사를 중심으로 가르쳐 우리나라 건국과 산업화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지 않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교과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난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시장 방문도 화제에 올랐다. 김수한 전 의장은 "하루에 2~3만원밖에 못버는 좌판 노점상인도 '대통령 힘내세요'라고 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면서 "이 대통령이 20년간 쓰던 머플러를 풀어주는 것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실은 어머니 생각이 나서 가다가 (박부자 할머니를) 보고 앉아서 이야기하게 된 것"이라며 "(할머니가) 귓속말로 '다 힘들지만 대통령이 제일 힘들다'며 나라 걱정을 하더라"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