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의 반발을 달래기위해 국무회의라는 공개석상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9일 "본의는 아니겠지만 종교 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부 공직자들의 언행으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대한 과잉검문 논란으로 책임론이 제기된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경위야 어찌됐건 불교계의 수장에게 결례를 해서 물의가 빚어진 만큼 경찰청장은 불교지도자를 찾아 사과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하라"고 지시했다. 어 청장 경질을 요구해온 불교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은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법·제도적 후속 대책 마련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무원 복무규정을 긴급 현안으로 다뤄 개정한 데 이어 국가 및 지방, 교육 공무원 등 공직 전반을 대상으로 종교 마찰 가능성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공무원 관련규정에 종교차별 금지를 명문화할 방침이다.

    정부 대책에 안주하지 않고 이 대통령이 직접 갈등 해소에 나선 것은 불교계의 오해가 더 깊어지면 8.15를 기점으로 새로 추진된 정책·개혁 드라이브가 촛불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유가상승 등 대외경제 여건 악화에 기인한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소모적 논란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어 청장 사과를 지시함에 따라 불교계의 요구는 상당 부분 충족된 상태다. 다만 어 청장의 경질과 불법 촛불시위 수배자 면책은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정부가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었다.

    문제는 불교계가 이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국민 화합과 경제 살리기 노력에 동참할 지 여부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이 대통령 유감 표명에 따라 지관 스님이 주관하는 종무회의를 열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범불교 대책위원회가 10일 대구 동화사에서 예정된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 준비 모임을 그대로 강행할 계획을 세우는 등 불교계 내부의 강온 충돌 기류도 전해진다.

    여권은 이 대통령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섰으니 불교계가 이를 받아들이고 이날 저녁 '대통령과의 대화'가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는 절차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불교계와 갈등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제 불교계가 화답할 차례"라며 "불교계도 할 일이 태산같은 정부의 노력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은 종교 편향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불자들도 이 대통령의 진심을 받아들여 넓은 아량으로 불신의 장벽을 걷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종교를 이용해 정치적 편가르기를 하려는 사람들도 국가를 생각해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