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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홍 원내대표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자당 몫의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배분 문제와 관련해 일부 상임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게 확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홍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지도부는 기획재정위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 선임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한 상태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헌에는 상임위원장 경선을 하도록 돼 있지만 경선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과거 관례를 보면 원내대표단에서 조정을 했다"며 "당사자들을 만나고 국회 재직 연수를 기준으로 조정해서 어제 원내대표단이 내부적으로 전부 확정해 최고위원회에 단수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조만간 원구성 타결과 마찬가지로 상임위원장에 내정된 분들에 대한 발표를 의총에서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관광, 정보, 통일외교통상 등 일부 경합 상임위 선정 결과를 놓고 물망에 올랐던 후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경선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권영세(서울 영등포을·3선), 박진(서울 종로·3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각 정보위원회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상임위원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원내 지도부가 통외통위는 남경필(경기 수원팔달·4선) 의원, 정보위에는 최병국(울산 남갑·3선)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각각 내정한 데 대해 일방적인 원내대표단의 선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은 "선수나 재직 연수로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무엇보다 지역 대표성에서도 서울 지역의 대표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박 의원은 "통일· 외교· 통상 분야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장은 전문성과 경륜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의원도 "정보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17대 국회에서 8개월간 위원장을 맡았던 분이므로 원내대표단이 이를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국회 상임위원장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사실상 주도하게 되는데 이런 자리를 단지 선수와 재직 연한에 의해 기계적으로 정하고 강요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의원은 "부산에서는 우리와 같은 3선의 서병수 의원이 뽑혔지 않았느냐, 선수나 재직 연수가 고려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권 의원도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 의원은 "어제(11일) 박희태 대표를 찾아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했는데 박 대표도 의아하게 생각하더라"며 "원내대표단에 결정 권한은 없는 것 아니냐, 의견을 물어 하게 돼 있는거지 마치 추인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 또 아직 내정이라는 의미는 없는데 최고위원회에 승인을 받은 듯 못박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거듭 반발했다.
문광위의 경우도 연장자인 고흥길(경기 성남분당갑·3선) 의원이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맡고, 정병국(경기 양평·가평·3선) 의원에게 후반기를 맡기겠다는 것이 원내 지도부의 구상이지만 정 의원 측은 "조율이 안된다면 경선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김영선(경기 고양일산서· 4선) 의원이 정무 또는 보건복지위원장에 낙점된 상태에서 심재철 (경기 안양동안을·3선) 의원이 경선을 통해 나설 뜻이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당 내부의 진통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