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국회 본회의장 점거 이틀째인 14일 오후 1시 50분. 의원총회를 마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일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본회의장 점거로 통합신당의 'BBK 특검' '검사 탄핵소추안' 저지를 위한 기선 제압에는 성공했다는 '여유로운 분위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상황이 전개되니까 아래에 있지 말고 모두 의장석으로 올라가라. 뒤에 있는 사람들도 앞쪽으로 오라"고 지시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에 소속 의원들은 신속히 의장석을 둘러쌌으며 몇몇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입구인 속기사 통로도 책상으로 막았다.

    '전열'을 가다듬은 지 30분 가량이 지나자 본회의장 밖에 통합신당 의원들이 몰려 와 있다는 전언에 안 원내대표는 "로텐더홀 쪽으로 (통합신당 의원들이) 집결하고 있다. 보좌관들이 소화기로 유리를 깨려는 상황 같다"며 "의장석을 사수하고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하겠다. 뒤에 있는 분들 앞쪽으로 옮겨서 의장석을 두 겹으로 방어해 달라"고 말했다.

    이때 본회의장 참관석 쪽으로 들어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통합신당 이상민 의원은 "홍준표 의원 뒤에 있지 말고 앞으로 가라. 최병국 선배도 앞으로 가라"며 '참견'하기 시작하면서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와의 설전이 벌어졌다. 참관석을 통한 통합신당 의원들의 진입을 우려한 한나라당 안택수 이인기 전재희 유정복 의원 등도 4층 참관석 쪽으로 올라왔으며 이를 본 심 수석부대표가 본회의장 정문 쪽으로 가서 지키는게 낫다고 말하자 이상민 의원의 '시비'가 시작됐다.

    이상민 "심재철 의원이 한번 가봐. 의장석에 앉아 있지 말고" 

    심재철 "왜 그렇게 깝죽대고 있느냐" 

    이상민 "깝죽거리는 게 머야, 깝죽거리는 게. 버릇없이. 나이도 어린 사람이 말이야" 

    심재철
    "깝죽거리지 않으면 껍죽거리는 거냐" 

    이상민 "까불지마, 버릇없이. 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었다. 그 정도 밖에 못 배웠느냐. 깝죽거리는 게 머야, 깝죽거리는 게"

    두 의원의 설전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상민 의원을 향해 "안들려, 더 크게 얘기해" "마이크 대고 얘기해"라며 쏘아붙이면서 끝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보좌진 등을 통해 본회의장 밖에 있는 통합신당 의원들의 동태를 보고 받으며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한 시간이 넘도록 별다른 반응이 없자 "난공불락으로 쌓아서 그런지 못 들어온다"며 경계를 늦추는 모습도 보였다. 심 수석부대표는 "밖에서 (통합신당 측이) 문을 잠가 놓은 것을 줄톱으로 자르려고 했다가 (우리한테) 빼앗겼다"며 '전리품'으로 줄톱을 보여줬다.

    오후 4시 30분 현재 통합신당 의원들이 2차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으로 모여 전열을 다시 가다듬은 뒤 통합신당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