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4일 사설 <고대의 등록금 차등 실험이 '진짜 교육평등'>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고려대 경영대가 등록금을 지금의 2배로 올린 뒤 공부를 잘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33%엔 등록금 전액을, 57%엔 등록금 절반을 장학금으로 주는 안(案)을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학생의 10%가 등록금을 지금의 2배를 내 공부 잘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셈이다. 57%는 현재의 등록금을 그대로 내게 된다.

    누구는 등록금을 안 내고 누구는 2배 내야 하는 것이니 언뜻 보면 불평등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상위 10% 계층의 소득은 최하위 10% 계층의 19배다. 이런 상황에서 넉넉한 집 아이들이 자기 집 형편엔 큰 부담 안 되는 돈을 내서 가난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돕자는 것이다. ‘진짜 형평’이란 이런 것이다.

    고려대 장하성 경영대학장은 “(차등 등록금제는) 기여입학제가 금지된 상황에서 대학이 인재를 길러낼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말했다. 기여입학제는 재력 있는 집 아이에게 입시에서 얼마간 혜택을 주자는 것이니 얼핏 보기엔 불평등한 제도다. 그러나 그렇게 마련한 재정으로 가난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고 대학의 시설을 충실화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기여입학제는 교육기회 확대와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는 제도다.

    이 정권은 당초 자립형사립고 6개의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면 더 늘리겠다고 했다가 약속을 뭉개고 신설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자사고(自私高)는 등록금을 일반 학교 3배까지 받으면서 학생 선발이나 교육과정에서 자율권을 갖는 학교다. 자사고에 대한 국고 지원은 없다. 그렇기에 자사고를 많이 만들수록 정부 교육재정은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해서 남는 교육재정으로 일반 공립학교를 집중 지원하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훨씬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 침대 길이에 맞춰 큰 키는 자르고 작은 키는 잡아 늘이는 이 정권의 하향평준화식 발상으론 이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이 정권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집착과 집념은 좋은 교육을 애타게 원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외국으로 쫓아내 세계 곳곳에 한국의 교육 난민촌만을 만들고 있다. 포퓰리즘 정권의 사이비  평등교육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 그중에서도 사회적 약자 집단이다. 고려대의 '등록금 차등제' 실험은 무엇이 진짜 교육평등인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