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9일 사설 <노 대통령은 '3불 정책'을 잘 못 알고 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교육방송을 통해 대입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못 지키면 공교육이 붕괴되고 교육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고사가 허용되면 대학마다 어렵게 출제해 사교육이 늘고, 부잣집 자녀들만 대학에 들어가 사회가 더욱 양극화될 것이란 논리였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시대착오적인 교육관에 집착해 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우리 교육의 앞날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우리 교육의 기본 문제는 획일적인 평준화에 있다. 하향 평준화로 공교육이 붕괴되니까, 학생들은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과거 공교육의 경쟁력이 있었던 때를 생각해 보라. 우수한 학생들이 학교 교육만 받고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 사회에서 성공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우수한 학생은 앞서가게 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다. 이를 무시한 채 획일적인 평준화를 강요하니까, 교육현장은 갈수록 뒤틀리고 부잣집 학생이 더욱 유리해진다면 지나친가.

    본고사의 본질은 대입 문제의 난이도가 아니라, 대입 자율권에 있다. 사교육의 주범은 지나친 정부 규제다. 대학마저 평준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게다가 정책은 수시로 오락가락한다. 이러니 대학은 제대로 학생을 못 뽑고, 대입은 항상 불안정해 사교육이 늘어난다. 그러나 본고사가 허용되면 대학은 수능.내신 이외에도 각자 교육목표에 따라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방면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길이 넓어지고, 사교육은 줄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은 우리 교육이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자화자찬(自畵自讚)이다. 지난 4년간 성적표를 보라. 사교육은 갈수록 늘고, 양극화됐다. 조기 유학생도 크게 증가했다. 학부모들은 갈수록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대통령.총리가 대입 문제에 나서는 일이 거의 없다. 대학 자율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회문제가 없고, 대학 경쟁력은 뛰어나다. 노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이 나라 교육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