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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검증’을 둘러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다시 나섰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0일 일제히 각 후보 진영에 감정 섞인 설전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설 연휴 시작 전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로 검증논란이 가열될 때도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진영에 경고를 보냈지만 ‘김유찬’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양측은 더욱 날선 설전을 주고받고 있다. 이미 당 경선 레이스에 당 지도부의 말발은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도부는 김유찬씨에게 이 전 시장 도덕성 관련 자료를 당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 파문 진화에 애쓰는 모습이다.
강재섭 "지나치게 헐뜯으면 용납하지 않겠다"
"김유찬 자료는 당 검증위에서 판단해야"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설 연휴 기간 내내 당내 후보검증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게 “자기측 식구들은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을 같은 후보라는 인식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헐뜯는 일이 생길 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당이 검증주체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 대표는 “다행히 (대선)후보들은 외견상 (공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어떤 후보는 경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후보는 네거티브를 해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나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각 진영을 자제시킬 것을 주문했다. 그는 “수시로 라디오나 TV에 출연해서 자기 주장을 이야기하다 오버해서 상대방 얼굴을 할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같은 날 오전 박 전 대표 측근 이혜훈 의원과 이 전 시장 측근 정두언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검증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강 대표는 이어 당 경선준비기구인 ‘2007국민승리위원회’와 정인봉 변호사 징계건을 심의하고 있는 윤리위원회의에 대한 편파성 문제를 제기한 박 전 대표 진영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승리위와 윤리위는 사심 없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다. 공정성에 대해 서로 시비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양 진영이) 서로 의논해서 잘 구성한 기구에 대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공정성을 의심하고 편파적이라고 비난한다면 (비난)하는 측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선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승리위가 후보검증에만 몰두해 정작 경선룰에 대한 논의는 소홀해 질 수 있음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승리위와 윤리위는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받들어 밤을 지새워서라도 사심 없이 활동해 달라”며 “국민승리위는 검증은 검증대로 하되 원래 임무인 경선 방식이나 경선 시기를 정하는 일에 매진해 3월 10일까지 결론 내달라”고 당부했다.
강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김유찬 건은 검증위원회에 자료를 가져오도록 요구해서 검증위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또한 “검증에 대해서는 중립기구(국민승리위)에서 소신껏 하도록 당 지도부가 도와주며, 외부에서 이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권영세 "(박근혜) 내 입으로 안했으니 상관 없다고 하면 무책임"
중립모임인 ‘당이 중심되는 모임’(중심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권영세 최고위원은 “내 입으로는 안했으니까 상관없다고 주장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권 최고위원은 “정인봉과 김유찬의 기자회견에서 시작해서 (대선후보) 지지모임까지 가세해서 본격적인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특보였던 사람이 나섬으로 해서 이전투구가 시작됐고 지지모임까지 나서 (검증논란이) 확전된다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당이 검증 주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후보 진영에서 검증을 주도하는 모습은 잘못됐다”며 “경선이 선거법과 선거 정신에 맞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진영에서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승리위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잘못됐다”며 “누구든 완전할 수 없는 자신의 평가만으로 상대방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후보 진영은 우리 후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대선후보 주변 인물들의 입단속을 주문했다. 전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다음 대통령으로 능력과 도덕성, 품격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며 “검증논란에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후보들이 갖고 있는 보석 같은 자질들이 빛을 바래 상처를 입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가 아닌 후보외 사람들이 내뱉는 천박한 언어로 인해 국민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기나긴 경선 레이스 동안 한나라당 후보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도덕성은 버리고 인격적인 품격에 대해 진절머리를 낼 것이다”며 “당은 중립·중도에서 철저하게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대선주자들의 팬클럽도 문제지만 주변인사들 말이 더 큰 문제”라며 “각 캠프는 창구를 단일화해서 발언하도록 해야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