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들 자기측 사람들 단속해라"(강재섭 대표)
    "모든 당직을 맡은 분들은 엄정중립이 필요하다"(김형오 원내대표)
    "지도부가 중심잡으면 주변인물들도 중립 위치로 들어올 것"(전여옥 최고위원)

    '이명박 X-파일'문제로 한나라당이 소용돌이에 빠졌다. 50%를 육박하는 당 지지율도 언제 산산조각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조성된 상황이다. 강재섭 당 대표까지 "당의 분열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 과반수 이상"이라고 경고한다. 강 대표는 15일에도 각 후보진영에 경고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고민이다.

    각 대선예비후보측에서도 "통제가 안된다"고 하는데 당 지도부의 경고에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더 큰 상황이다. 더구나 관리형인 현 지도부 마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간 대리전의 결과로 구성됐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강 대표의 몇차례 경고를 각 후보진영이 아랑곳하지 않는 점은 후보관리를 총 지휘하는 강 대표로선 매우 난감한 문제다.

    이날도 강 대표는 각 대선후보에게 경고를 보냈다.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정인봉 변호사를 겨냥한 것이다. 강 대표는 "집안싸움이 동네싸움 되고 애들싸움이 어른싸움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그 꼴"이라고 지적한 뒤 "여론조사에서도 당의 분열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이 과반수 이상인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오도록 서로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후보진영에 "당 윤리위원회와 공식기구에서 (후보검증)권한과 책임을 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할테니 (후보진영에서는)사적으로 나서서 얘기해선 안된다. 이 문제로 라디오나 TV에 나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고 대선예비후보들에게는 "후보들도 우선 자기측 사람들을 단속하고 집안싸움이 동네싸움이 되지 않도록 경고해 (후보검증)문제에 (측근들이)사적으로 언급하지 않도록 단속해달라"고 촉구했다.

    강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마이크를 잡은 김형오 원내대표는 당직자의 중립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증위원회에서 주자 검증절차가 들어갔고 당직자들의 엄정중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검증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검증위원 뿐 아니라 당직자도 중립을 지켜야하고 공사석이나 언론에서 특정주자에 유·불리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검증활동에 불신을 줄 수 있다. 당직을 맡은 모든 분은 엄정중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가 현재 진행되는 '검증' 논란의 방점을 각 후보진영에 뒀다면 김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에 찍은 것이다. 현 지도부가 상대적으로 친박근혜 인사가 많다는 점, 정 변호사 문제를 다룰 당 윤리위원회 역시 친박 인사가 포진해있는 점 등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지도부에 입성한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정인봉 변호사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와 전 정책위의장은 상대적으로 반 박근혜 이미지가 강하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돼 지도부에 합류한 인물들이다. 

    전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 변호사가 윤리위원회에 제출할 '이명박 X-파일'에 대해 "내가 국회의원 선거를 해봐도 한참 선거를 하면 어디서 서류뭉치를 가져와 상대방에 대한 중요한 정보라며 비밀리에 만나자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는 사실이 아닌 것도 횡행할 수 있다"며 정 변호사의 자료가 별게 아닐 것이란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사실 여부를 면밀히 따져 상대후보에 명예훼손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나는 (선거때 들어오는 서류뭉치를)한번도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고 윤리위원회에 자료가 제출되면 서류 내용을 속시원히 밝힌 다음 위원회에서 검증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강 대표는 "서류는 윤리위원회에서 하면 안되고 경선준비위원회에 제출하라고 했다"며 전 정책위의장 발언을 지적했다. 이에 전 정책위의장은 "어디에 내든간에 서류를 받는 즉시 완벽히 공개하자. 검증결과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겠느냐"고 재차 주장했다. 

    이어서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전여옥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 최고위원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부가 중심을 잡는 것이다. 지도부의 역할을 보여주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에 앞서 몸소 실천을 하라는 것이다. 앞서 김 원내대표의 발언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자중하면서 중심을 잡을 때 감정의 골을 새기게 하는 주변인물들도 중립의 위치로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에 이어 이강두 중앙위원회 의장이 마이크를 잡고 북핵관련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 의장의 발언 내내 강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각자 다른 곳을 쳐다보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대선국면으로 깊숙히 발을 들인 상황에서 당 지도부 역시 후보를 통제할 능력은 물론 지도부간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