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7일 사설 '대통령의 언론 왜곡 도(度)를 넘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특권과 유착, 반칙, 뒷거래 청산에 완강히 저항하는 집단이 언론”이라며 각 부처 기자실의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기자실에 몇몇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보도 자료를 가공하고 담합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외교통상부더러 외국 기자실은 어떤지 조사해 보라고 지시까지 했다. 정말 해외 토픽감이다.

    기사 담합이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고,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가능한 한 엄정하게 따져 보려는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발언이다. 정부는 무조건 선(善)이고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는 권위주의적 의식의 발로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폭언이다. 보건복지 담당 기자들도 대통령의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의 언론 때리기와 언론 탓하기가 임기 말로 접어들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취임 초부터 대통령은 “공무원의 기자 접촉이 기자들에게 술 밥 사는 것인가”라며 적대감을 감추지 않더니, 올해 초에는 언론을 ‘불량상품’으로 몰아붙였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그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부 언론 태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해 국민의 개헌 반대 여론까지 언론 탓으로 몰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나온 이래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안팎이 ‘임기 말 개헌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언론에 화살을 돌리며 개헌 발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노 대통령은 기자실 조사 보고를 받아 “필요한 개혁은 다 하겠다”고 했다. 관권(官權)이라도 동원해 언론을 손보겠다는 것인가.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는 ‘언론 자유가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선거로 집권했다는 것만이 민주주의의 증표는 아니다. 국민과 언론이 두려움 없이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느냐가 민주국가와 독재국가의 차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평가를 포기했다”더니 이제 언론과 전면전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인가.

    현 정부는 방송을 ‘대통령 코드’로 장악한 데 이어 비판 신문을 옥죄기 위해 위헌적 신문법까지 만들었다. 핵심 조항들이 위헌 결정이 난 신문법도 부족해 이제 기자실 조사 등으로 언론을 압박해 개헌을 관철할 생각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