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7일 사설 '정연주씨와 김대업씨의 불공평한 세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은 24일 정연주씨를 다시 KBS 사장에 임명했다. 정씨의 이전 임기가 끝난 뒤 147일이나 계속된 사장 후보 추천과정의 파행과 KBS 안팎의 반대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정씨의 연임을 밀어붙였다.

    정씨는 2003년 KBS 국정감사에서 “외부에서 KBS 사장이 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KBS 사장 선출) 과정이 더 투명하고 공정해진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KBS 출신이 나올 것”이라고 했었다. 방송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정씨가 자기 말대로 ‘덜 투명하고 덜 공정한’ 과정을 거쳐 KBS 사장으로 온 배경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는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으로 있던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쓴 칼럼에서 “현역 3년 꼬박 때우면 빽 없는 어둠의 자식들, 면제자는 신의 아들”이라며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를 선동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그의 이런 논리는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가 한겨레신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동안 김대업씨는 검찰측 증인, 혹은 제보자로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맹활약을 벌였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정연주씨와 김대업씨는 동격이었고 동업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연주씨의 두 아들 모두가 미국 국적을 얻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것이다. 국민의 배신감이 어땠을까는 짐작이 가는 일이다.

    불공평한 것이 세상인 모양이다. 김대업씨는 그의 행동이 허위사실에 바탕한 명예훼손과 무고라는 이유로 200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10월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형기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만기 한 달 전에 가석방됐다. 거기에 더해 김씨는 그의 허위 의혹 제기에 대한 민사소송에서는 한나라당에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어떻든 죗값은 치른 것이다. 반면 김대업씨가 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정연주씨는 국가 기간방송 KBS 수장으로 직원 5300명을 거느리고 한 해 1조3000억원을 주물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연임의 특전까지 누렸다.

    국민이 보기엔 두 사람 모두 정도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러나 정권의 편에선 두 사람 모두 고마운 사람이고, 어떤 면에서 볼펜이 아니라 몸을 던진 김대업씨 쪽이 더 큰 공로자다. 학력과 경력을 따져서였을까. 그러나 ‘좋은 대학 나와 좋은 경력’을 가진 정연주씨의 KBS 사장으로서의 행적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건국 공로자들을 욕보이고, 친북적 유행을 만들고, 베네수엘라의 반미 대통령 미화 특집을 만들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물어뜯고, 국민을 갈라놓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대업씨라고 해서 그만 못했을 리가 없다. 누구는 탄핵 편파방송의 공적을 들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정연주씨만의 능력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참으로 불공정한 정권이고 불공평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