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건 문화예술인 단체가 21일 닻을 올리고 본격적인 출정에 나섰다.

    문학 국악 미술 연극 영화 등 8개 분야에서 총 93명의 문화예술인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문화미래포럼(대표 복거일)’이 그 주인공인데,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향후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문화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창립취지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문화예술현상 및 정책개발을 통해 순수한 문화예술의 창작 및 향유를 위한 토양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문화관과 국가관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노무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서 “문화와 예술은 다양한 의견의 표출과, 표출된 의견의 조화 및 균형에 의한 자유민주주의가 근간이 돼야 하는데, 참여정부는 진보 보수, 반미 친미, 통일 반통일, 반일 친일 등의 단순한 이분법적인 논리로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려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갈등과 대립을 자기합리화를 위한 대의명분으로 이용했다”면서 “노 정부는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소수의 참여 독점을 통해 문화적 기현상을 만들어냈다”고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정치권의 과도한 영향력으로부터 훼손된 문화예술의 순수성과 다양성을 되살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노 정부의 문화예술정책과 관련한 예산 및 인사 등에서 편파적 집행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이 단체의 대표를 맡은 소설가 복거일씨는 “우리 모임의 목적을 규정한 정관의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문화운동’이란 표현이 말해주듯 우리 사회 구성원리인 자유민주주의를 굳이 명시해야만 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상황을 반영한다”면서 노 정부의 문화정책을 겨냥했다. 

    복 대표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정부의 지원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게 되자, 문화의 진정한 토양인 ‘독자, 청중, 관객’과 그 토양에서 자라야 할 문화예술인 사이의 관계는 점점 멀어졌고, 불행하게도 이젠 정부의 안색을 살피는 예술가들의 고만고만한 작품이 주로 생산되고 창조적이고 혁명적인 작품은 점점 줄었다”면서 “이제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 대표는 이와 함께 문화예술단체의 대부분이 '민족'을 내세운 좌파 단체 일색임을 감안한 듯 "이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어느 사이엔가 시민들의 의식에서 멀어지고 대신 '닫힌 민족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서 "'닫힌 민족주의'의 강조는 사람의 넋을 자유롭게 해야 할 문화와 예술이 스스로 굴레를 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복 대표는 아울러 ‘문화미래포럼’이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중도보수’를 표방한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 정치와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대해서는 “예술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이는 철학적인 차원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현실적으로 정당에 가입하거나 연대하거나 하는 등의 현실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뉴라이트 등 어떤 정치세력과도 연대는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정치적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날 ‘문화미래포럼’에는 원로 연극인 장민호씨와 전 중앙일보 논설고문 강위석 시인 등이 고문을 맡았고, 박일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조형예술학부)가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