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이제는 포기하고 내년 12월 대선에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건 역사적 선택을 해야 한다. 내 모든 것을 바쳐 조국과 민족에 닥친 시련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휴식기’를 접고 대권을 향해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했다. 2일 서울 서초구재향군인회가 주관하는 ‘서초포럼’ 초청 강연에서 박 전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대권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국회의원 박근혜’에 메여 있던 박 전 대표는 국정감사 일정이 마무리되자마자 강연정치를 재기하며 대권행보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진행된 강연에는 ‘친박(親朴)’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박 전 대표의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강연에 참석한 의원은 김덕룡 전여옥 유승민 유정복 김무성 김정훈 공성진 이혜훈 김기춘 김학원 박세환 서상기 이경재 김태환 한선교 허태열 황진하 주성영 박종근 최경환 김학송 심재엽 최구식 곽성문 이한구 이인기 의원으로 총 26명이나 됐다. 박 전 대표는 강연장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이들을 ‘대동’하고 입장하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로 벌어지면서 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박 전 대표측은 “움직이면 달라진다”고 자신했다. 박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아직 건재하다는 자신감은 이날 조찬강연에 참석한 26명의 의원들로 대변되는 듯 했다.

    여러분이 북한 지도부라도 이런 정부가 상대라면 계속 핵개발을 했을 것이다”
    “핵을 포기 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단호함이 우리 출발선이다”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조금이라도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
    “(여권이 추진하는) 정계개편은 신뢰 잃은 여당이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것이다.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속한 사람은 정계개편에서 빠져야 한다”

    북핵 사태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한 강연도 기존 입장보다 한층 강경하고 단호해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노무현 정권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으며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대북특사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말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말투에 속도감과 힘이 실리면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야당 대표 중 유일하게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을 면담했던 일과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발생했던 무장간첩 침투사건을 상기시키며 자신이 북핵 사태를 해결하고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임을 부각시켰다. 북핵 사태가 뚜렷한 안보관을 가진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 전 시장의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여자’라는 ‘한계’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가 무너지면 생명이 위협을 받는데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느냐”며 ‘안보기반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대권레이스를 재가동한 박 전 대표는 그동안의 ‘휴식기’를 만회하기 위해 발걸음을 분주히 움직일 예정이다.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오는 5일에는 전북 익산에서 원불교종법사대사식에 참석해 ‘불심(佛心)잡기’에 나서며 다음날인 6일 단국대 강연에서는 젊은이들과의 교감도 넓힐 계획이다. 박 전 대표는 또 7일 인터넷신문 기자들과의 간담회도 갖는다. 퇴임 이후 처음 갖는 언론과의 접촉인데 인터넷이 여론을 주도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