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해봤자 뭐하겠느냐, 마이동풍인데…”

    1일 단행된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라인 개각과 관련, 열린우리당 대다수 의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 아래 한바탕 ‘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당장 정계개편 논의 등 향후 당의 진로를 논의하기 위해 2일 열리는 의원총회를 벼르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과 더 이상 같이 갈 순 없지 않느냐”는 말도 나왔다. 정계개편 구상을 둘러싼 당내 갈등기류에 이번 개각이 기름을 부은 듯한 형국이다. ‘친노’ 대 ‘반노’간 갈등 기류가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모습이다.

    당 원내대표단의 한 핵심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포기상태다. 말해봤자 뭐하겠느냐, 마이동풍 아니냐"면서 노 대통령을 겨냥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안보경제 위기관리 체제의 내각 구성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의 의견이 완전히 묵살됐다는 데에 노골적인 불만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이어 “지금까지 (인사문제 등)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있느냐”면서 “아무리 말해봤자 아무런 실익도 없는데 괜히 불협화음만 표출하는 것 같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대다수 의원들도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개각건으로 사실상 노 대통령과 당은 ‘넘지 못한 선을 넘었다’는 식의 격한 반응을 내보였다.

    그는 또 “내일 의총에선 분명, 이번 개각건도 (당내 갈등의) 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개각이 당내 정계개편 논의 구상과 맞물린 갈등을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의원은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해서도 “통합신당 추진쪽이 대세가 아니냐”면서 “노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노 대통령 탈당의 불가피성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뉴데일리와 만나 “이런 저런 생각을 지금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굳게 침묵하면서 이번 개각건과 정계개편 논의 등에 대한 불만을 애써 감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일 의총에서의 논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다수의 의원들은 현재 ‘당을 무시한 오기 인사’ ‘새삼스레, 별 기대도 안했다’는 등의 반응을 내보이면서 향후 정계개편 논의와 맞물려 일대 ‘격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친노그룹은 이같은 분위기를 노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발끈하는 모습이다. 백원우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면서 “(이는) 대통령과 협의해야 할 문제이지, 공개적으로 그렇게 발언해서는 안된다”면서 지난달 31일 김한길 원내대표의 발언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이광재 의원도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얽매여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당에도 손해가 될 뿐”이라고 말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계개편 구상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통합신당 추진파’와 당 사수 입장을 펴며 ‘당 개조론’의 입장을 보이는 친노그룹간의 갈등이 이번 외교안보라인 개각 문제를 통해 구체화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당장 이들간의 갈등은 정계개편 논의와 맞물려 당의 향배를 가를 2일 의총에서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양 진영이 깊숙이 자리를 차지해 나가는 모양새다.

    한편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현안브리핑을 통해 "이번 개각은 조직의 안정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한 인사라고 평가한다"면서 "전 부처에 내부승진을 가져옴으로서 조직 장악과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등 야당의 비판을 의식한 듯 "적어도 이번 인사만큼은 과거에 야당이 비판했던 코드인사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각 부처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가지고 경력을 쌓아 온 인사들이 승진 발탁된 것을 코드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과도한 비판"이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