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9곳에서 치러진 10.25 재보궐 선거 결과가 '야당 압승, 여당 참패'로 나타남에 따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분열을 시발로 한 '범여권발(發)' 정계개편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이 북한의 핵실험 사태로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의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열린당의 분열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전남 해남.진도의 결과가 말해주듯 호남민심이 열린당에 확연하게 등을 돌렸다는 측면에선 향후 정계개편 논의 과정에서 열린당이 정계개편의 객체로 전락하면서 일부 세력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열린당은 당장 이번 재보선의 결과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보선 선거 기간 중 벌어진 김근태 의장의 개성공단 '춤판' 파문과, 집권여당으로서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재보선 나머지 7곳엔 후보자 조차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가 본격 도마 위에 오를 판국이다.
당내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처음처럼'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보선 결과에 따른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어서 당내 소속 의원들간 지도부 책임론 여부를 놓고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전통적 '지지텃밭'으로 여겼던 호남지역의 민심이 이번 재보선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 만큼, 당내 의원들의 동요도 한층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백가쟁명'식 정계개편 논의가 당내에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정계개편의 방향과 폭을 놓고서도 당내 격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자칫 민주당 등을 포함하는 범여권의 '헤쳐모여식 통합'을 주장하는 당내 '실용중도파'와 열린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당내 '친노그룹'간의 갈등이 노골화되면 일부 의원들의 이탈마저 조심스럽게 예고되고 있다.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급부상하면서 '봉합'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를 것이라는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당내 '친노'와 '비노'세력간의 갈등 폭발은 시간문제라는 의견들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주당=호남텃밭'이라는 등식이 이번 재보선을 통해 재확인됨으로써 향후 범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에서 일단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확고한 호남 지지세를 기반으로 민주당 중심의 민주세력대통합에 나서면서 '제3지대 신당창당론'에 가일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는 28일 목포 방문이 호남지역민들에게 열린당이 아닌 민주당이 호남대표세력임을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여당 의원들을 더욱 심하게 요동치게 할 공산이 다분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같은 기세를 바탕으로 향후 정계개편 논의과정에서 열린당의 분열이 전제된,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 등에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계개편 논의과정에서 열린당내, 과거 민주당 분당 세력의 포함 여부를 놓고 적잖은 갈등도 예고되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을 비롯 김근태 의장의 신당 참여까지 이어지면 '도로 열린당'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비난에 직면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은 열린당과의 관계에서 확실한 주도적 위치를 선점한 만큼 민주당은 한층 고자세를 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재보선 전문당'답게 당초의 열린당 자리였던 인천 남동을에서 승리하면서 고공행진중인 지지율을 여과없이 과시했다. 향후에도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승리를 바탕으로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면서 '대여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특히 열린당의 분열을 시발로 한 '범여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에 맞서 보수대연합의 구도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여권발' 정계개편이 내년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챙기면서 동시에 자칫 뜻밖의 변수 발생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남 창녕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는 결과가 초래됨에 따라 해묵은 당내 주류대 비주류간의 갈등이 여전히 잠복해 있음이 드러난 만큼, 당내 대선주자들의 조기과열 양상과, 여당이 추진키로 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 등의 당내 논란이 본격화할 경우 자칫 당내 결속력 여부에 심각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
북핵사태로 정부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정계개편까지 가속화될 경우 노무현 정권과 열린당은 안팍의 위기를 맞게되는 진퇴양난속에 권력의 힘은 급속히 와해될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