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이 28일 퇴임 후 처음으로 고향인 전남 목포를 방문한다. 북한 핵실험 사태로 자신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햇볕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고,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다. 김 전 대통령이 이번 목포 방문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이 지니는 호남의 상징성 측면과 맞물려 정치권은 그의 목포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우선 김 전 대통령의 이번 목포 방문 의미를, 열린우리당과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나를 계승한 호남의 대표세력은 열린당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호남세력과 열린당을 차별화하려는 정치적 함의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이는 자연히 북핵실험으로 야기된 대북정책 논란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과 선을 그으면서 정계개편에 대비한 정치적 이념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깔려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열린당의 비극은 새천년민주당에서 분당한 데 있다”면서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집안토끼를 놓친 격”이라고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일단 자신에게 쏠리는 대북정책 실패의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집권당인 열린당의 낮은 지지율과 노 정권의 국정운영 실패 등 총체적 난맥상이 겹치면서 변변찮은 대선주자 하나 세울 수 없어 이대로는 정권재창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더 컸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간 정치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김 전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외부강연이나 인터뷰를 통해 활발히 제목소리를 내는 것도 향후 정계개편 구도를 감안한 정치적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나선 시기도 북핵실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때를 적절한 타이밍으로 생각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이 “열린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창당실패론’을 언급한 것이나, ‘새천년민주당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김근태 열린당 의장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현재의 열린당으로서는 안된다’는 상황인식을 드러낸 것은, 결국 ‘탈 노무현’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 대안으로 김 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연히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도 여당 내부의 이같은 흐름과 맞물려 나왔다는 것인데 이는 향후 여권 내부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치적 의미를 배제한다고 해도 김 전 대통령의 이번 목포 방문이 공교롭게도 10․25 재보선 직후에 이뤄진다는 점도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열린당의 완패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여당 의원들을 심하게 요동치게 할 공산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여당 분열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열린당 내 저변에 깔리면 범여권의 통합론 등 정계개편 논의가 급속도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열린당과의 호남텃밭 경쟁에서 민주당이 완승했음을 재확인시키는 선거'로 부각시킨 점도 이를 방증한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중심의 범여권, 이른바 민주세력의 통합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느냐는 정치권의 시선이다. 열린당의 분열이 전제된,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의 구상 측면에서도 다양한 카드를 갖게 되는 셈이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문제로 불거진 '반한나라당 대 한나라당' 대결 구도를 더 키우고 '반 한나라당' 진영의 '탈 노무현화'를 가속화해 차기 대선 구도를 '비노(非盧), 반한나라당' 연대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의 목포 방문이 그 의도의 중심점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측의 정치적 해석 차단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촉각이 김 전 대통령의 행보에 쏠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