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국정감사철이 돌아왔다. 국정감사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행정부가 실시한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국정감사철을 앞두면 국회는 감사의 칼날을 피해보려는 관련 부처 공무원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정감사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기업활동에 대한 질의가 늘어나고, 기업인에 대한 증인 신청이 유독 많다. 이상스러운 것은 주요 현안에서 공무원들로 채워야 할 자리를 기업인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의 경우 80여명의 증인 중 53명이 기업인이고, 환경노동위는 22명 증인 중 12명이 기업인이다. 재경위도 상당수가 기업인이고, 법사위도 기업인 증인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상임위별로 증인이 확정되면 대략 100명의 기업인이 사업은 제쳐두고 국정감사 기간에 대기해야 할 판국이다. 며칠 전에는 기업인 증인 신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경제 단체인 전경련 CEO는 국회모독죄로 고발까지 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각에서는 국정감사가 정부의 정책을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감사하는 ‘기업 감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업인을 과도하게 증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과 기업인들 대부분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죄의 유무를 떠나 증인 채택 그 자체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신인도까지도 저하시킬 수 있다.

    둘째,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불러내봐야 아무런 실익이 없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업인을 불러 호통치고 면박 주고, 망신 주고, 죄인 취급하는 것밖에 없다. 문제가 있는 기업인들을 처벌하려면 사법 절차를 다시 밟으면 된다.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라는 사법적 절차를 통해서 해결하면 된다는 얘기다. 결국 TV화면을 통해 기업인들을 호통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목적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셋째, 기업인 증인 채택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삼권분리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한 증인 채택은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사안은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합법적이며, 합리적이다. 이 때문에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 제7조는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기업인 중심의 국정감사는 특정 시민단체들을 비롯하여 사회의 일각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할 뿐 그것이 관련 의혹을 해소하거나 정부의 실정을 바로 잡고 정부정책의 질을 높여 민생을 개선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지금 우리 경제는 북핵실험 등 안보 불안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민층 삶이 황폐되고 있다. 빈곤층의 확대는 최악의 상황이다. 실업은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청년실업은 전체 실업자 중 44%나 차지한다. 중국과 인도, 아시아의 모든 나라 경제는 쑥쑥 자라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뒤처지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은 또 어떤 상황인가. 반기업 정서에 시민단체의 기업 때리기,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각종 규제 등에 묶여 경쟁력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2004년 17위에서 2006년에는 24위로 추락했다. 정부 부문의 비효율성이 그 추락의 주범이다. 그러니까 국정감사는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과 공기업인들을 추궁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기업인들이 경제 현장에서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할 때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감의 증인은 정부정책의 객체에 불과한 민간 기업이 아니라 정부정책의 주체인 정부 사람들이어야 하고, 민간 기업인의 증인 출석은 보조적이고 필요 최소한이어야 할 것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뉴데일리의 객원 칼럼니스트인 민경국 교수가 종합일간지에 썼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