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칡이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끈질긴 생명력, 지긋지긋한 존재한 생각을 할 것이다. 실제로 산을 다니다보면 여기 저기 칡넝쿨이 나무를 감고 끝도 없이 올라가 나무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들어와 다른 식물을 제압해 버리고 온 숲을 뒤덮어 버릴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식물들에게는 정말 해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산림청에서는 경제림을 육성하기 위해 숲가꾸기의 일환으로 칡 등 덩굴류 제거사업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칡처럼 덩굴식물들이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현상은 위쪽을 향해 자랄 때면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은 줄기섬유세포의 비틀림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무리 양지바르고 좋은 지력을 가진 땅에서 자란 나무도 칡이 한번 감고 올라가기라도 하면 누군가 칡을 제거해 주지 않는 한 언젠가 그 나무는 죽고 만다. 추석 때 성묘라도 할라치면 이놈의 칡들이 언제 침범했는지도 모르게 들어와 잘 가꾸어 놓은 조상의 묘 주변을 엉망으로 해놓으니 이 칡이란 놈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이 칡들이 인간에게는 아주 고마운 식물이다. 우선 칡의 뿌리를 갈근이라고 하는데 봄과 가을에 캐서 잔뿌리를 뜯고 껍질을 긁어버린 다음 햇볕에 말려 식용 또는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땀이 나지 않거나 갈증이 날 때 혹은 가슴이 답답할 때 먹으면 땀을 나게 하여 열이 내리게 하며 갈증을 해소시킨다고 한다. 

    또한 예로부터 칡은 숙취제거에 사용되어 왔는데 동의보감에도 “주독을 풀어주고 입안이 마르고 갈증 나는 것을 멎게 한다고” 고 기록돼 있을 만큼 기 기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따라서 미리 칡차 다린 것이나 생칡즙을 준비해 두었다가 술자리가기 전에 마시면 갈증도 해소해 주고 주독도 풀어주는 등 현대인들의 최고의 건강음료가 될 수 있다. 

    또한 요즘 석류나 콩 등에 들어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물질로 폐경기 여성들에겐 호르몬제 대신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섭취했을 때 여러 가지 부작용이 덜하여서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칡에는 석류나 콩 등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고 중년여성이 칡을 섭취하면 폐경 및 골다공증 예방에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이 칡이란 것이 기특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밖에도 칡은 발한, 해열 등에도 효과가 있으며 칡의 어린순으로 나물을 해먹기도 하고 칡뿌리로는 냉면이나 칡국수 등 여러 가지 식품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가지 좋은 효능을 가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먹는 것은 금물이다. 칡은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몸이 찬 사람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칡은 소양체질이거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섭취해야 보약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칡은 숲의 식물들에게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지긋 지긋한 존재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우리 건강을 지키는 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임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러니 건강하고 가치 있는 숲을 조성해야 할 산림공무원인 나는 칡이 이롭다고 해야 하나 해롭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