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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빅3’인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강연정치’ ‘민생탐방’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독일 방문 이후 눈에 띄는 행보가 없다. 북한 핵실험 사태로 예정돼 있던 ‘정치행사’인 사무실 개소식마저 취소하고 ‘국회의원 박근혜’의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에 충실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연스럽게 ‘대권주자 박근혜’의 특별한 행보를 보일 시간이 줄어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빅3’ 중 유일하게 현역 의원이라는 사실이 박 전 대표에게 ‘프리미엄’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에 비해 자유로운 대권행보를 할 수 없다는 단점으로도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권주자로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박 전 대표는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이 전 시장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며 뒤처진 상황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12일 뉴데일리와 만난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오히려 “이 전 시장은 그렇게 뛰어 다녔으면서도 박 전 대표를 겨우 1%포인트 밖에 따돌리지 못했다”고 여유를 부리며 “박 전 대표가 의정활동을 충실히 마친 뒤 올해 연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판세는 뒤집힌다”고 자신했다.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 몇몇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들쑥날쑥 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며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거나 경거망동하지 않고 일관되게 국가 선진화·정상화를 위한 구상과 비전을 보완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감이 끝나는 11월 초부터 박 전 대표도 차츰 언론과의 접촉을 늘려갈 계획이다. 역전은 시간문제다”고도 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박 전 대표가 단순히 의정활동에만 전념하는 게 아니라 ‘정중동’의 대권 행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측근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난 7~8월 ‘여름휴가’ 기간 동안 했던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경제’ 과목에 이어 ‘안보’와 ‘외교’ 과목까지 추가해 그 분야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이번 ‘과외’는 그동안 지적됐던 ‘콘텐츠 부족’을 채우기 위한 것보다는 ‘많은 경제·외교·안보 전문가들과의 만남’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이 측근은 “박 전 대표는 몇 사람을 지정해 지속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는 것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두루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며 “국정운영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과외수업’ 방식이 대규모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구성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경제·안보·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10여명의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분산된 자문그룹을 모아 올해 말 100명 규모의 ‘코리아 포럼’(가칭)을 발족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 국제 공조로 북핵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박 전 대표는 외교·안보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특히 한반도 안보를 위해서는 외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독일을 시작으로 중국 등 여러 나라들을 방문해 지도자들과 만나는 ‘친분외교’에도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박 전 대표 후원회장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 신현확 전 국무총리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들도 박 전 대표의 ‘자산’이라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시절 국가 발전을 위해 신나게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당시 6년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 전 대표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시절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며 “사심 없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란한’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이 전 시장보다 수면 아래서 조용히 세를 확산해 가는 박 전 대표의 파괴력이 더 클지, 연말 두 차기 대권주자의 ‘충돌’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