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실험 예고’로 한반도가 또다시 ‘핵풍’에 휩싸이자 한나라당은 4일 북한에 핵실험 중단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번 사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실험 공식선언으로 “총체적 파탄”을 맞았다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또 이종석 통일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사퇴도 촉구했으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포함한 모든 경협사업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북한의 도발이 한반도 안보 불안과 북한 전쟁억지력을 이유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환수에 반대해 온 자신들의 주장이 옮았음을 반증한 것이라며 전작권 단독행사 반대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 통일·안보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모두 소집해 긴급 통일·외교·안보전략 특위 회의와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모인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한 한반도 안보불안을 우려하며 남한 정부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이번 사태를 “채찍 없이 당근만 고집한” 노 정권의 대북 정책 실패의 증거로 꼽기도 했다.
강재섭 "북 핵실험 공식 선언, 당근만 고집한 노 정권 책임"
강재섭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핵 실험을 공식 선언하면서 마침내 온 세계가 우려하던 사태가 현실화 됐다”며 “1차적 책임은 벼랑 끝 전술로 전제군주체제를 연장하려는 북한에 있지만 그동안 채찍 없이 당근만 고집했던 노 정권의 책임 또한 너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TV토론에서 전시작전통제권과 북핵 실험을 별개라고 했는데 이런 무분별한 발언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측면도 있다”며 “한나라당이 4대 선결 조건(북핵 문제 해결, 추가비용, 한미군사동맹 약화 방지 방안, 국민 공감대 형성)으로 말한 북한의 핵 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이상 전작권 단독행사 논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 대통령은 어떨 때는 북한의 핵보유가 자위권을 위한 것이라는 등 때와 장소를 달리해서 여러 발언을 했었다”며 “노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통일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고도 했다.
“민족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불장난은 즉각 중지해야 하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김정일 정권이 져야 한다”는 ‘경고’로 말문을 연 김형오 원내대표도 노 대통령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김 원내대표는 “동북아의 안전과 세계 질서를 교란시키는 북한의 작태를 수수방관해 온 노 정권은 전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평화와 행복을 느껴야 할 국민을 불안감에 떨게 하는 것은 정부의 무능”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방치한 데 대해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려 사죄해야 하고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당장이라도 이번 사태 관련 국회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 이 자리를 통해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제안한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북한 핵 도발과 핵 실험 중지 결의안을 추석 직후 본회의에서 채택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도적 대북지원' 주장하던 정형근도 "퍼주기식 대북지원 중단해야"
그동안 ‘인도적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받았던 정형근 최고위원도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북한 핵실험 예고는 남한이 북한의 종속 관계로 전락한 것으로 대북 정책 실패의 반증이다. 남북, 북미 관계에서 남한 정부의 입지는 거의 없다”며 “정부 차원의 남북 대화에서 단 한번도 핵문제를 놓고 북한과 직접 대화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책 실패를 반증한다. 조건없는 경제 지원도 북한을 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북핵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억제 수단일 수도 있다’고 하고 북한의 민족공조에 호응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며 “북 핵실험이 가시화된 마당에 북한이 이를 강행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퍼주기식 대북 지원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포동 미사일 발사 때 침묵으로 일관했던 노 대통령이 이번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전작권 이양 논의도 중단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그동안(김대중 정부부터 노 정부까지) 우리는 7조원을 북한에 퍼부었다. 서독도 동독에 많은 지원을 했지만 포로 송환 등 사람을 데려오기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국군포로 단 한명도 송환되지 않은 채 7조원을 줬다. 결과는 핵무기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책임질 시점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 대통령이 ‘안전한 핵실험’이라는 말을 끄집어 내 ‘안전하다’는 말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노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모든 대북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사과해라”고 압박했다. 전 최고위원은 또 “북한이 핵실험을 공언해 우리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고 북한의 인질이 됐다”고 개탄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북한 핵실험 발표는 노 정권 대북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북한 핵실험 대비책을 마련하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대북 사업도 전면 중단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대북 제재에 신속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 때처럼 안일한 발언을 해 안보 사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 이 같은 위기를 방치한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 통일외교안보전략특위(위원장 이경재 의원) 명의로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노 정권은 대북정책 총체적 실패에 책임을 져라”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노 정부에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 ▲통일·국방 장관, 국정원장 사퇴 ▲전작권 논의 중단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포함한 경협 중단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